은미씨의 한강편지226_숙이네 식당과 원앙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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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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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26_숙이네 식당과 원앙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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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들기름에 부치고, 소고기를 넉넉하게 넣어 자글자글 불고기 전골을 끓입니다. 계란후라이를 만들고 김을 잘라 냅니다. 양상추 치킨 샐러드에는 며칠 전에 얻은 블루베리 요거트 드레싱을 얹고 후식으로는 커피와 블루베리에이드를 준비합니다. 

 

 겨울 매주 수요일 점심이면 샛강센터에 숙이네 식당이 열렸습니다. 김명숙 선생님께서 몇 번 행사 때 어묵탕을 한 솥 끓여내어 대접하고 하시다가 다들 너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아예 임시 식당을 오픈한 것이죠. 그는 모든 재료를 집에서 일일이 다듬고 손질하고 밑국물을 낸 다음끓이거나 익히기만 하면 되도록 준비하여 가져옵니다. 

 

50플러스 활동가로 샛강과 인연을 맺은 명숙 선생님은 끝없이 뭔가를 내어주는 분입니다. 또한 새로이 배우고 실천하는 분이지요. 샛강에서 샛숲지기로 자원봉사를 하고, 수달에 대해 공부해서 수달 강사로 나서기도 하고, 어린이수달기자단 운영을 도왔으며여러가지 활동 영상을 뚝딱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 일들도 해내면서도, 그는 집에서 각종 먹을 것들을 요리해서 샛강센터에 들고 옵니다. 덕분에 저희들과 샛강센터에 자주 오시는 봉사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곤 합니다. 

 

여의샛강센터에는 주방이 하나 있습니다. 건물이 지어질 때 구내식당을 운영할 요량으로 지어진 주방인데 오랫동안 쓰임이 없었어요. 2019년에 센터에 처음 왔을 때 주방 문을 열자, 켜켜이 쌓인 먼지에 커다란 가스 조리 시설은 녹이 슬었고 오래된 낡은 프라이팬들과 망가진 식기가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부서지거나 망가진 집기들을 며칠에 걸쳐 치우고 청소하는 일은 염키호테 대표님의 몫이었어요. 그는 쓰레기 같은 것이 방치되어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죠구석구석 거미줄도 치우고 바닥까지 싹싹 물걸레질을 마치자 그런대로 쓸만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권무 팀장님이 수도꼭지를 새로 달고 베니어 나무판을 잘라 선반을 만들어줍니다. 뭔가 조리를 해먹을 만하다 싶게 되자 우리들은 집에서 남는 식기들을 하나 둘 가져왔습니다. 접시와 도마, 수저와 냄비, 후라이팬과 샐러드볼 같은 것들이 생깁니다. 

 

한동안 어묵탕이나 국물떡볶이, 김치볶음밥이나 만두국 같은 음식들을 뚝딱뚝딱 만들어 직원들과 나눠 먹곤 했습니다. 이후 크고 작은 행사가 있으면 기본 김밥 같은 것은 사더라도 국물요리나 샐러드를 곁들이죠. 오시는 분들이 많을 땐 넉넉히 부침개 반죽을 해서 김치전 같은 것을 한참 부쳐냅니다. 음식을 같이 나누는 일은 어느새 프로그램이나 행사에서 꽤 중요한 일이 되었어요. 샛강이라는 자연으로 모인 공동체가 동시에 밥상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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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샛강포럼 마지막 회차에 참여하신 시민들 C. 강봉준)

그제 화요일(12.26)에는 마지막 샛강포럼이 열렸습니다. 성탄절 다음 날이고 연말이라 다들 바쁜 시기인데도 25명이나 되는 분들이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그동안 7차에 걸친 포럼을 통해 모인 샛강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정리하고 나누는 시간이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많은 분들이 먹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신 겁니다. 샛강 인근 직장인들을 위해 도시락을 먹고 산책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자, 밥차를 운영하거나 도시락 배달을 해주자, 공원에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구역을 만들자 등 먹는 것을 통해 사람들을 모이게 하자는 의견들이 꽤 있었습니다. 

 

다양하게 나온 먹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결국 함께 밥 먹자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삭막하고 피폐해진 우리 사회에서 샛강 자연 속에서 누구라도 와서 쉴 수 있는 공동체가 있고, 둘러 앉아 밥을 같이 먹기를 바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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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강에서 해오라기와 왜가리들 C. 한봉호)

겨울이 오면 더욱 춥고 가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울에 한라산 자락에서 마주친 노루들의 눈을 바라볼 때그들이 종종 걸음으로 조용히 눈 덮인 숲으로 사라질 때, 샛강 숲 나무 위에서 직박구리가 찌익찌익 울 때, 중랑천 좁은 모래톱에 옹기종기 모인 왜가리와 해오라기를 볼 때, 추위에 얼어버린 수달의 작은 똥을 볼 때, 겨울을 나는 작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일을 근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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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교 밑에 모인 원앙들 C.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올해 활동을 시작한 중랑천 하류에는 서울시 1호 철새보호구역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곳에 도래한 철새들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고, 특히 천연기념물 원앙의 수는 1/3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마침 성동구청에서도 한강조합에 문의를 해서 지난 금요일부터 매일 모니터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또 바지런하기 짝이 없는 염대표님의 기동력이 작동합니다. 그는 최종인 선생님과 함정희 선생님에게 요청해서 중랑천 일대를 돌아다니며 조사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덤불도 걷어냅니다. 중랑천포럼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같이 조류 모니터링을 요청하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배추를 몇 통 사서 원앙들에게 먹이를 줘봅니다. 성탄절에는 신석원, 금미연 선생님들이 함께 새들을 위한 산타 노릇을 하셨지요. 새들이 쉬거나 은신할 수 있는 공간들도 있어야 하겠기에 공원팀장님들이 며칠에 걸쳐 주변 공간을 정리하고 생태적으로 가꾸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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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포럼 참여자들이 중랑천 원앙 서식지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C. 염형철)

한 전문가가 겨울철 새들에게는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볍씨가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마자 염대표님은 배추는 접고 (사실 배추 최대 수혜자는 물닭들이었습니다.볍씨를 구할 생각을 합니다. 한강조합원들에게 원앙 밥 좀 사주세요 하고 부탁합니다. 순식간에 많은 분들이 밥값을 보내왔습니다. 겨울철 배고픈 한라산 노루를 여러 번 마주쳤을 우리 은덕언니도 꽤 많은 밥값을 보내주셨지요. (언니에게 고맙다고 전화하며 그렇게 원앙에게만 많이 보내지 말고 반절은 내 밥값으로 주지” 하고 말했다가 혼났습니다. ^^) 

 

원앙도 좋고, 가족도 좋고, 또 주위 누구라도 좋습니다. 이 겨울 먹을 것들을 조금씩 주변에 나누면 어떨까요. 마지막 샛강포럼이 열리던 날, 명숙 선생님은 오시는 분들을 위해 냉이된장국을 한 솥 가득 끓였습니다. 몇 번이나 떠서 뜨거운 국물을 삼켰습니다. 마음까지 데워지고 그저 감사했습니다. 

 

이제 올해도 저물어 갑니다. 명숙 선생님의 냉이된장국 같은 사랑을올해 내내 끝없이 베풀어 주신 한강의 모든 선생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한강조합이 평생 좋은 일들을 한다 해도 주신 호의와 사랑을 다 갚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저 꾸준히 한강은 한강의 일을 하겠다는 말씀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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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원앙 먹이를 주고 있는 신석원, 금미연 산타들. C. 염형철)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 더없이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23.12.28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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