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27_수달과 고무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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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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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27_수달과 고무장갑

지난 달에 제주도로 4.3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프랑스 메디치 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4.3 관련된 장소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겨울바다를 안 볼 수 없지요. 이튿날에는 함덕해수욕장과 검은 모래로 유명한 삼양해변을 찾았습니다. 


에머랄드와 비취 같은 제주 바다 특유의 다채로운 파랑 색감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시선을 바다가 아닌 해안으로 돌렸을 때 의외의 풍경을 마주했는데요. 그건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였습니다. 해안으로 떠밀려온 것들과 관광객들이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들이 뒤섞여 살풍경한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함덕에서는 세 명의 남자 인부들이 끝도 없이 쌓인 쓰레기를 꾸역꾸역 마대에 담아내고 있었는데, 한참을 지켜보아도 별로 양이 줄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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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쓰다 버린 쓰레기 위에서 쉬고 있는 중랑천의 새들 C.최종인)

  

#그 강에 가고 싶다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 일부) 


바다나 강은 낭만적인 상징이었습니다. 넓고 넉넉함으로 무엇이든 품어주고, 위안을 주고, 서러울 때 눈물을 닦아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바다나 강의 속살은 이제 더 이상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는 것 같아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새해 시무식을 중랑천에서 했습니다. 강가에 모여 원앙과 철새들을 위한 볍씨를 뿌려주고 곳곳에 박힌 쓰레기들을 치웠습니다. 비닐과 폐타이어, 생수병, 온갖 생활쓰레기들이 강가에는 넘쳐났습니다. 지난 가을부터 자원봉사자들과 꾸준히 쓰레기를 치웠는데도 그렇습니다. 바로 옆에는 서울시 지정 철새보호구역이라서 수백 마리 철새들이 와서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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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못 삼켜 괴로워하던 왜가리는 끝내 죽었습니다. C. 김선영)

자전거도로 옆 사면에서 왜가리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강이 아닌 도로변에 왜가리가 와 있는 것이 의아해서 다가갔습니다. 왜가리는 뭘 잘못 삼켰는지, 부리를 벌린 채 뭔가 뱉어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서울시 야생동물보호센터에 연락해서 왜가리를 데려갈 수 있었지만, 끝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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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버린 고무장갑이 수달 장난감이 되었습니다. C.최상두)

수달의 서식지나 집 입구에는 장난감이 많다.

모두 인간이 쓰다 버린 쓰레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편리한 생활용품이다. (중략)

어린 녀석은 어디선가 떠내려온 붉은 고무장갑을 갖고 왔다. 탄력 좋은 장갑은 재미있는 장난감 놀이 용품이 되었다. 흔하게 보이는 하천의 쓰레기 플라스틱 병, 스티로폼, 비닐류… 어린 수달에게는 최고의 장난감이 된다. 자연의 풀과 나무는 부스러지고 헝클어지지만 플라스틱 류는 물고 뜯고 씹어도 그대로이니 좋아하는 놀이용 재료다. 결국 플라스틱 조각은 입속에서 뱃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자연의 생명은 서서히 소멸되고 사라진다.

(한국수달보호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최상두 수달아빠의 페이스북 내용 중에서) 


페이스북에서 수달아빠 최상두 님이 올린 수달 사진과 글을 보았습니다. 인간이 버린 고무장갑 쓰레기를 물고 당기며 놀고 있는 수달의 모습이었습니다. 


작년에 샛강유람극장에서는 크리스 조던 감독의 <알바트로스>를 상영했습니다. 태평양의 섬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이 새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어가는 모습이 서글프게 그려진 영화입니다. 새들의 아름다움, 새들의 존엄, 자식을 먹이는 사랑, 살아보려는 의지… 그런 것들이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무참히 망가집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서 테이크 아웃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신 당신, 강가에서 기분 좋은 산책을 하고 났는데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 갈대 사이 수풀에 버리고 간 당신, 날씨가 좋아 샌드위치를 사들고 와서 강가 버드나무 아래 벤치에서 먹은 당신, 햄조각은 먹기 싫어서 일부 남기고 비닐과 함께 강 쪽으로 던진 당신. 당신이 버린 것들을 배고픈 새들이, 동물들이 와서 먹습니다. 어떤 새들은, 어떤 동물들은 이유로 모른 채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한강은 쓰레기를 좀더 열심히 치우려고 합니다. 중랑천 철새들을 돌보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함께 해주실 자원봉사자들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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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진천을 위해 모인 생다진천 사람들이 신년회를 했다. 진천군, 현대모비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함께한다. C.이효미)

어제(1.4)는 생물다양성 진천 (생다진천) 사무소 개소식도 있었는데요. 사람이 살기 좋은 진천을 생물들도 살기 좋은 진천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의지를 다졌습니다. 마침 미호강에는 큰 고니들이 여러 마리 와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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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미호강을 찾아온 큰 고니들, 반가워요.C.박비호)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2024.01.05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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