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28_버려진 중랑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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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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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28_버려진 중랑이를 만나다

갑진년 푸른 용의 해 잘 시작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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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숲 황조롱이가 가슴을 부풀린 채 앉아 있다. C.이효미)

새해가 시작되면 이런저런 기대에 차서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게 됩니다. 올해 어떤 계획을 세우셨는지요? 새해를 시작하며 기대감에 설레기도 하셨는지요?

어제는 미르숲과 미호강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이효미 활동가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가슴털을 부풀리고 앉아 있는 황조롱이 사진이었는데 그 모습이 귀엽다면서 보내줬습니다. 눈 내린 강숲에서 추위를 견디느라 가슴을 부풀리고 앉아 있는 새를 보노라니, ‘부푼 가슴을 안고’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부푼 꿈을 꾸기도 합니다. 

새들은 혹독한 겨울을 잘 견디기 위하여 가슴을 부풀립니다. 에너지를 비축하고 아끼죠. 그래야 먹이가 부족한 겨울을 잘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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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미호강과 미르숲 전경. 새들은 이 겨울을 어떻게 날까?C.이효미)

#생명을 돌보는 일
12월 성탄절 즈음부터 한강 사람들은 중랑천 철새 먹이주기를 시작했습니다. 중랑천에서 활동하면서 생태 모니터링을 한 결과, 천연기념물 원앙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매우 열악해졌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평생 시화호 지킴이로 봉사하셔던 최종인 선생님이 중랑천 철새 돌보미 대장을 맡았습니다. 그렇게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결합하여 하천 쓰레기를 치우고, 새들이 쉬거나 은신할 수 있는 안전한 서식처를 만들어 주며, 볍씨를 뿌려줍니다. 인근에 원앙들이 잘 안 보이던 것이 몇 차례 활동을 이어가자, 어제(1.10)에는 한 장소에서 150마리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새들 사이에 맛집이라고 소문이라도 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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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경부터 중랑천 철새들을 위한 먹이주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C.염형철)

어제는 유기된 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하기도 했습니다. 곳곳에 박힌 쓰레기를 치우러 돌아다니던 염대표님이 갈대 사이에서 플라스틱 고양이 캐리어를 발견했습니다. 쓰레기인 줄 알고 치우려 다가갔는데 거기 뼈마디가 앙상한 고양이가 한 마리 힘없이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본 고양이는 경계하느라 한 번 하악질을 하였을 뿐 이내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고양이를 데리고 길가로 나오자 마침 자전거 도로 옆 쉼터에 쉬고 있던 노인이 말했습니다. 보름 전부터 있었다고, 자신이 오줌 누러 갔을 때도 갈대 밭 사이에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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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와 함께 중랑천 갈대밭에 버려진 고양이C.염형철)

매정한 사람들입니다. 키우던 고양이를 사람들이 발견하기도 어려운 갈대밭에 버리고 간 인간도 비정하지만, 배고파서 보름째 힘없이 울고 있는 고양이를 그저 보기만 하고 지나가는 노인도 그렇습니다. 캐리어 안에는 딱딱하게 마른 빵이 한 덩이 놓여 있어서 더 기가 찼습니다.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검진과 접종을 하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살을 파고들던 발톱도 잘랐습니다. 사무실로 데려와 종이 상자에 손수건과 무릎담요를 깔아 집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상자에는 급한 대로 화장실을 만들었고요. 먹을 것을 주자 고양이는 허겁지겁 먹어서 오후 동안 작은 캔 3개와 추르 간식 5개를 먹어 치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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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구조하고 한강 사무실에 데려왔습니다. 금새 편안해 보이네요.C.윤상희)

고양이는 보는 사람마다 다가가서 야옹야옹 소리를 내기도 하고 갸릉갸릉 기분 좋다고 몸을 부비기도 합니다. 의자나 책상에도 올라오려고 하는데 힘이 빠져 있는 상태라 여의치 않습니다. 밥을 잘 먹고 똥도 잘 누는 이 고양이를 보며 우리들은 안도했습니다. 중랑천의 자연을 가꾸다가 만났기에 이름은 중랑이, 별칭은 부르기 좋게 랑랑(유명한 피아니스트 이름이죠.)이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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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이가 벌써 정세연 한강 홍보대사와 가족이 되었습니다.C.강고운)

중랑이가 우리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 온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벌써 많은 변화의 조짐들이 보입니다. 어느새 우리들은 이 작은 생명이 잘 먹는지, 잘 쉬는지, 그리고 배변은 잘 하는지와 같은 생명의 활동에 온갖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구조한 순간, 우리 가족이 된 것입니다. 이 작은 존재가 앞으로 가져올 변화들이 궁금합니다. 생명을 돌보는 일, 생명을 책임지는 일의 숭고함을 느낍니다. 랑랑이가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수기 수달 기자들에게
지난 1월 6일, 한강에서는 어린이 수달 기자단 해단식이 있었습니다. 29명의 어린이들이 6개월의 활동을 잘 마치고 어린이 수달 기자가 되었는데요. 저는 해단식에서 이렇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어린이 수달 기자단 여러분, 그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는 오늘 어린이 수달 기자단, 이 세 단어의 의미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어린이입니다. 여러분은 이번 활동으로 같은 관심사를 지닌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지요? 회차가 거듭되고 시간이 갈수록 여러분이 버스에서 떠드는 소리가 엄청났다고 들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도, 어린이수달기자단으로 만난 친구들과 우정을 간직하고 살아갔으면 해요. 

두번째 수달입니다. 여러분에게 수달은 어떤 존재입니까? 지금 이곳 여의샛강생태공원에는 수달 가족이 살고 있죠. 그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저는 집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는데요. 우리집 막내입니다. 고양이는 사람의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고양이는 내성적인데 제 주변을 졸졸 따라다니거든요. 저는 우리 고양이 마루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어느 날 고양이가 기침을 자주 하는 걸 봤어요. 그러니까 모래를 바꾸고 집에 쌓인 먼지를 되도록 적게 하려고 깨끗이 하게 되죠.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이처럼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처럼 우리가 한 번 어떤 생명과 인연을 맺으면, 어느 동물이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여러분에게 수달 가족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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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어린이 수달 기자단 해단식이 있었습니다.C.김영)

마지막으로 기자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기자입니다. 기자가 무엇입니까? 글을 쓰는 사람이죠. 글을 쓴다는 건 막강한 힘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앞에 선 저는 여러분 같은 어린이였을 때 정말 말을 못했어요. 너무 부끄럼이 많았거든요. 대신 일기장에 꼬박꼬박 제 감정과 생각을 적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관심을 보이고, 저는 글을 잘 쓰는 아이가 되어 있었어요.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고 싶을 때, 부당한 일을 알리고 싶을 때, 아름다운 것을 알려주고 싶을 때, 그럴 때 바로 글을 쓰는 겁니다. 저는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죽어갈 때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에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기사는 몇 만명의 사람들이 읽었습니다. 비록 4대강 사업을 막지는 못했지만, 제가 강을 사랑했다는 것은 지금도 기사로 남아 있고, 저는 어쩌면 그 결과로 지금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강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린이 수달 기자단 여러분, 다시 한 번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부푼 가슴을 안고 새해 새날들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4.01.11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 3 (성수동 1가, 두앤캔하우스) 305호
후원 계좌사회적협동조합 한강우리은행 1005-903-602443
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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