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30_샛강과 중랑천에서 상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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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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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30_샛강과 중랑천에서 상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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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0. 토요일에 중랑천에서 원앙 돕기 자원봉사중인 수이 C.윤상희)

“뒤에서 널 응원하는 바람이 될게.” 

상희는 손수레를 뒤뚱뒤뚱 밀고 가는 수이를 바라봅니다. 수이는 열두 살 아이. 상희의 막내딸입니다. 엄마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활동가로 일을 시작한 이후, 수아는 벌써 여러 번 샛강과 중랑천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수이는 엄마를 따라 중랑천에 가서 원앙들과 다른 철새들을 위해 볍씨를 뿌려주고 일을 도왔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애틋합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에 참여한 수이와 세연이 같은 어린이들을 보며 어른들도 흡족합니다. 아이들은 천상 아이들이라 즐겁게 놀이하듯이 일했고 지켜보는 어른들도 덩달아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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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만든 하트 모양 철새 쉼터 위에서 노는 수이와 세연이 C.윤상희)

맹추위가 기세를 부리는 서울을 떠나, 저는 오늘 이른 아침 베트남 달랏으로 여행을 왔습니다. 어제 밤에 서울을 떠날 때는 얼굴이 얼얼하게 얼어버릴 정도로 추위가 매서웠습니다.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동장군의 기세가 굉장했죠. 아침에는 18도, 낮에는 23도 정도의 쾌적한 달랏에 있으니 서울의 맹추위를 피해 온 것에 안도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사방에 갖가지 꽃이 피어 있고 심지어 제가 머무는 리조트에는 벚꽃이 환하게 피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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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추운 날씨에도 새집을 수거하고 있는 샛숲지기들 C.김선영)

이번 주 월요일에 상희는 여의샛강숲에서 샛숲지기들과 함께 활동했습니다. 전에 기업 자원봉사 활동으로 달아두었던 새집들을 수거하여 세척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어요. 하필 그 추운 날에… 강고운 샘과 김명숙 샘 같은 열성 샛숲지기들이 빠짐없이 왔고 거기에 상희도 함께 했습니다. 한강에서 일하기 전에는 샛숲지기로 봉사를 자주 해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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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숲 새집을 수거하여 청소하는 자원봉사자들 C.김선영)

숲을 돌아다니며 새집을 수거하고 덤불이나 새털, 죽은 벌레 같은 것들로 더러워진 새집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새들은 집을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집 청소를 깨끗이 하고 새로 달아줘야 다시 쓴다고 하네요. 

‘4년 전 지인과 함께 샛강을 산책하며 걸었던 적이 있다. 마른 풀과 앙상한 나무들의 겨울이었다. 여느 공원에서 느껴지는 과도한 관리로 각 잡혀 보이는 모습도 아니고 관리 소홀로 마구 방치되지도 않은 풀과 나무들이 평화로웠다. 결정적으로 나를 붙들었던 것은 허름한 목책, 누군가의 귀한 손으로 만든 나무 울타리가 풍경이 되는 것이 참 좋았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보기만 해도 고맙고 힐링이다.’ (윤상희 활동가) 

상희가 한강조합과 활동가로 인연을 맺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산책하고, 숲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가시박과 같은 생태교란종을 관리하는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샛강에 대한 사랑, 그런 활동을 운영하는 한강조합에 대한 고마움이 커졌습니다. 이제 활동가가 되었으니 출근하지 않는 날은 쉬어야 하는데, 수이를 데리고 자원봉사를 하러 나오곤 합니다. 

‘철새보호구역 중랑천. 샛강처럼 수달을 만나는 반가운 곳이기도 하지만 중랑천은 원앙과 같은 철새들의 보금자리라고 하기엔 주변이 지나치게 열악했다. 쓰레기가 끝도 없이 나오는 것도 놀랍다. 중랑천 철새지킴이 활동을 같이 하고 돌아서다 만난 중랑이 (고양이 랑랑이), 중랑천과 오래오래 함께할 인연이다.’ (윤상희 활동가) 

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마음이 섬세한 상희는 중랑천 철새 쉼터로 하트 모양으로 돌을 놓습니다. 그 돌 위에서 아이들이 강물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은 강물 속 물고기들이나 돌멩이를 보고, 어른들이 그 아이들을 보고, 멀리 흘러가는 구름은 중랑천에서 어울리는 새들과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봅니다.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조금씩 배려하고, 아름다운 공존을 꿈꾸는 모습이 추운 겨울 한파를 녹일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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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바라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보는 어른 C. 윤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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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조심조심 멀리서 봐달라는 아이들의 문구 C. 윤상희)

중랑천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꾸준히 새들 먹이를 주고 서식지를 보호하는 활동을 이어갑니다. 지난 주 언론 보도가 많아서 관심을 갖고 참여하거나 기부로 응원해주시는 시민들도 늘었습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내가 만약’이라고 시작하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가 만약 기진맥진한 울새를 / 다시 그의 둥지로 올려줄 수 있다면 /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 (Or help one fainting robin / Unto his nest again, / I shall not live in vain.)’   
작은 새 한 마리에게라도 도움을 건넨다면, 우리 삶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며칠 뒤 서울에 돌아가면 랑랑이를 더 잘 돌봐야겠습니다. 당분간은 세연 어린이가 돌봐주고 있어 고맙고 다행한 일입니다. 

추운 날씨에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24.01.24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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