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상상력으로 강을 디자인하다
얼마 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조합원들의 단톡방에서는 ‘생추어리’라는 단어가 뜨거웠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염형철 대표님이 중랑천에 생추어리 (sanctuary 동물을 위한 피난처 또는 쉼터)를 만들자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단어가 생소하고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우리말로 바꾸면 어떨까 다들 상상력을 보탰습니다. 저는 동물들이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동물안심쉼터’ 또는 동물들에게도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든든한 공간이라는 뜻으로 ‘동물 비빌 언덕’ 같은 이름들을 제안했습니다.
염대표님이 소위 생추어리라고 줄기차게 부르며 만들어가는 공간은 기실 우리 하천에서 흔히 보는 살풍경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공간입니다. 저는 지난 여름에 그곳을 처음 가봤는데요. 묵은 쓰레기가 뒤섞인 강바닥 준설토를 쌓아 놓은 자리에 힘겹게 버티고 선 버드나무 몇 그루, 그 위로 생태교란종인 가시박이 완전히 뒤덮어 기세를 떨치는 곳이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외면하고 지나가는 그 곳에 염대표님의 생태상상력이 더해지자, 어느 날 생추어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중랑천과 청계천의 합수부에 우연히 생긴 언덕, 이곳이 홍수기에 동물들의 피난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예 제대로 쉼터를 만들어 볼까?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그는 분주해집니다.
줄기차게 그곳을 드나들며, 준설토를 적치한 서울시설공단과 협의하고 사이사이 쓰레기들을 치우고 가시박을 걷어냅니다. 자원봉사자들, 공원팀과 함께 흙을 고르고, 주변을 정리하고, 자연스러운 웅덩이를 만듭니다. 곧 봄이 되면 나무들을 심고 구근 식물도 심을 모양입니다. 토양은 거칠기 짝이 없는데, 나무들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심고 또 심고 반복하겠다고 하네요. 그 다음엔 물멍 가능한 벤치도 어딘가 하나쯤 두고, 근사하게 강물과 윤슬과 새들을 볼 수 있게 한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