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31_강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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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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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31_강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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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한낮에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헤엄치는 수달을 만났습니다. C.신상재)

 
#수달을 만나는 시간
1월 마지막 날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는 깜짝 뉴스가 있었습니다. 서울시 조류센서스에 참여하던 신상재 선생님이 헤엄치는 수달을 본 것입니다. 수달은 멋진 수염을 자랑하며 유유자적 헤엄치며 강을 가로지르고 있었어요. 정오에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놀랍고 반가운 소식에 우리들은 환호했습니다. 드디어 수달을 직접 목격하기까지 한 것입니다. 수달과 만나기까지 노력과 애정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왔습니다. 

1997년 한강에서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던 수달은 19년만인 2016년 광진교 아래에서 한 마리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한두 군데에서 목격담이 이어졌어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2020년부터 한강 곳곳에서 수달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몇 군데에서 수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는데요. 

도심 한복판인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수달이 산다면 어떨까? 정말 근사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시작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달이 살기 좋은 샛강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물길과 습지를 늘리고 덤불과 수목을 관리했으며, 생태성이 높은 구간에는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도록 나무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2021년 초에 수달 똥과 발자국이 여기저기서 보였습니다. 똥을 만지고 냄새를 맡아보며 수달 언니들은 설렘을 가졌어요. 수달을 공부하고, 모니터링하고, 수달이 살기 좋은 강과 숲을 만들기 위해 끝없이 시민들이 손길을 보탰습니다. 2021년 6월에 샛강생태공원 중심부인 여의못에서 수달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수달은 첫 해는 정착하기보다 오가는 걸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되자 자리를 잡았는지 출현 빈도가 높았습니다. 드디어 23년 11월에는 엄마와 새끼 수달 두 마리로 구성된 가족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새끼들은 엄마를 따라 편안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1월 31일에는 한낮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수달이 야행성이라 낮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편입니다. 낮에 나타났다는 것은 수달이 상당히 안정되고, 서식지로서 살기 편하다는 반증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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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에 시민들이 철새 가림막과 정원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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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과 청계천 합수부 부근 이 장소가 바로 생추어리로 거듭날 곳입니다.)

 
#생태 상상력으로 강을 디자인하다
얼마 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조합원들의 단톡방에서는 ‘생추어리’라는 단어가 뜨거웠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염형철 대표님이 중랑천에 생추어리 (sanctuary 동물을 위한 피난처 또는 쉼터)를 만들자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단어가 생소하고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우리말로 바꾸면 어떨까 다들 상상력을 보탰습니다. 저는 동물들이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동물안심쉼터’ 또는 동물들에게도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든든한 공간이라는 뜻으로 ‘동물 비빌 언덕’ 같은 이름들을 제안했습니다.  

염대표님이 소위 생추어리라고 줄기차게 부르며 만들어가는 공간은 기실 우리 하천에서 흔히 보는 살풍경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공간입니다. 저는 지난 여름에 그곳을 처음 가봤는데요. 묵은 쓰레기가 뒤섞인 강바닥 준설토를 쌓아 놓은 자리에 힘겹게 버티고 선 버드나무 몇 그루, 그 위로 생태교란종인 가시박이 완전히 뒤덮어 기세를 떨치는 곳이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외면하고 지나가는 그 곳에 염대표님의 생태상상력이 더해지자, 어느 날 생추어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중랑천과 청계천의 합수부에 우연히 생긴 언덕, 이곳이 홍수기에 동물들의 피난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예 제대로 쉼터를 만들어 볼까?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그는 분주해집니다. 

줄기차게 그곳을 드나들며, 준설토를 적치한 서울시설공단과 협의하고 사이사이 쓰레기들을 치우고 가시박을 걷어냅니다. 자원봉사자들, 공원팀과 함께 흙을 고르고, 주변을 정리하고, 자연스러운 웅덩이를 만듭니다. 곧 봄이 되면 나무들을 심고 구근 식물도 심을 모양입니다. 토양은 거칠기 짝이 없는데, 나무들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심고 또 심고 반복하겠다고 하네요. 그 다음엔 물멍 가능한 벤치도 어딘가 하나쯤 두고, 근사하게 강물과 윤슬과 새들을 볼 수 있게 한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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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미호강 미르숲에 있는 농다리 C.임영은)

 진천 미호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천년 농다리를 건너면 미르숲이 펼쳐집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강이고 숲이죠. 농다리는 관광지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고요. 그는 언제부터인가 ‘농다리 습지’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그 일대를 몇 년 내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겠다는 꿈까지 꿉니다. 다들 황당하다고까지 생각했는데, 그 첫 단계로 진천군 및 현대모비스와 힘을 모아 ‘생태경관보전지역’ 추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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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열린 진천군, 현대모비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립대가 함께한 생태경관보전지역 추진 회의)

 무채색의 황무지 강에 생기를 불어넣는 그의 상상력 덕에 올해는 중랑천에도 진천에도 꽤 근사한 동물들의 공간 그리고 더불어 사람들도 쉬어가는 공간이 생길 것 같습니다. 어느 저녁 (가칭) ‘동물 비빌 언덕’ 가장자리에 앉아 있을 때 수달이 슬그머니 나타나 옆자리에 앉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강에서 살기는 괜찮냐고 한 번 물어보고 싶군요.  
2월이 시작되고 곧 입춘입니다. 샛강에서는 입춘을 맞아 샛강놀자 축제도 엽니다. 봄이 기다려지는 분들이라면 주말에 나들이하셔도 좋겠습니다. 

수달가족과 살아가는 샛강에서 
2024.02.02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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