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36_새들에게도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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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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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36_새들에게도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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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에서 스물 세번째 철새 먹이 주기를 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자원봉사자들)

#차가버섯이라는 선물
아침 나절에 박화정 선생님이 슬그머니 오시더니 종이가방을 내밀었습니다. 수시로 간식거리 같은 것들을 갖다 주시는 분이라 이번엔 뭐지 하는 마음으로 열어보았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것이라 봉지를 열고도 뭔지 알 수 없더군요. 그가 말합니다. 

“지난 번에 말한 차가버섯입니다. 우리 친구 와이프가 그거 먹고 유방암이 깨끗이 나았거든요. 먹을 때는 바둑알 두어 개 정도 크기로 끓인 물에 넣어서 드셔 보세요.” 

그는 쑥스러워하며 감사하단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가버립니다. 그에게는 러시아에 사는 딸이 있는데 딸을 통해 귀한 차가버섯을 얻은 모양입니다. 종이가방에는 차가버섯 말고도 러시아산 초콜릿도 들어 있습니다. 일전에 박선생님과 대화하다가 암환자 얘기를 하시길래, 저 역시도 암투병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차가버섯을 꼭 가져다주겠노라 말씀했지만 그냥 흘러 듣고 잊었지요. 버섯을 주고 그는 저에게 “꼭 건강하셔야 한다”며 신신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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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사는 딸에게 구한 박화정 선생님의 차가버섯)

박화정 선생님은 대한노인회 소속으로 작년부터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샛강지킴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샛강에 나오다 보면 길을 쓸거나 공원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그를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저에게 빵을 들고 오시더니 이런 말도 합니다. 

“저는 하루에 500번은 하나님께 감사하단 말을 합니다. 그렇게 감사할 게 많아요.” 

그의 말을 듣고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저에게도 감사할 일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제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타인들의 호의와 선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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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을 위한 특식 양배추를 제공했습니다. C.신석원)

#새들에게도 선물을 
“오늘 마지막 철새 먹이 특식(양배추) 가져갑니다.”

중랑천에서는 23번째의 철새 먹이주기 활동이 있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산타처럼 눈 덮인 중랑천에서 먹이를 뿌리던 신석원 감사님이 오늘 활동에도 변함없이 참여했습니다. 수완이 좋아서 얻은 것인지 몇 번은 트렁크 가득 채소를 싣고 옵니다. 

우리 한강조합이 만들어 놓은 중랑천 새들의 쉼터가 1번부터 6번까지 있습니다. 하필이면 오늘은 그 중 1~3번 쉼터에는 포크레인 공사가 한창입니다. 신석원 선생님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나머지 쉼터에서 새들을 먹였습니다. 

원앙,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넓적부리, 알락오리, 댕기흰죽지, 고방오리, 비오리, 쇠오리, 청머리오리, 흰죽지, 큰기러기,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참매, 황조롱이, 재갈매, 흰꼬리수리, 논병아리, 참새, 멧비둘기, 까치, 집비둘기, 되새, 밀화부리, 붉은머리오목눈이, 굴뚝새, 박새, 진박새, 쇠박새, 물총새… 스물 세번의 새 먹이주기 활동을 하며 최종인 대장님이 기록한 중랑천의 새들입니다. 다른 때라면 이 많은 새들은 춥고 배고픈 겨울을 났을 것입니다. 더러는 먹이가 없어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두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을 것입니다. 

진천에서 수확한 볍씨와 신석원 선생님이 공수해온 채소들로 새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뜻밖의 호의를 받을 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구나.’ 느끼듯이, 중랑천에 온 새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요. 볍씨를 뿌리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새들이 몰려옵니다. 각양각색의 새들이 적당히 다투고 양보하며 먹이를 나눠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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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맨발걷기 힐링스쿨을 진행하는 신석원 선생님 C.정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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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열린 맨발걷기 힐링스쿨에 70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열기가 대단했습니다.C.정지환)

신석원 선생님의 선물은 새들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향합니다. 지난 토요일(3.2) 샛강숲길을걷는사람들 정기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맨발걷기 강사인 그는 무료로 강의를 할 뿐 아니라 70여명의 참여시민들을 위해 떡도 두 상자 마련하여 제공했습니다. 그에게 다만 몇 천원이라도 참가비를 받는 게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맨발걷기를 오신 분들은 건강이 간절하신 분들이라 그냥 아무 대가 없이 해드리고 싶다며 정중하지만 단호히 거절하시더군요. 

세상살이가 더 각박해지고 인심은 남아나지 않는다고들 하죠. 그러나 한강조합에서는 자연에 깃든 생명들과 사람들에게 대가 없이 호의를 베푸는 분들을 만납니다. 이런 분들이 한강조합이 꿈꾸는 ‘자연을 사랑하는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게 아닌가 합니다. 

봄을 맞아 시를 읽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훌륭한 시인이자 생태 환경운동에도 부지런히 동참하시는 이문재 시인께서 ‘도둑맞은 감수성’을 되찾는 법을 알려줄 것 같습니다. 함께 시를 읽고, 우리 안에 시를 길어 올리는 시간으로 초대합니다.   
봄과 시를 선물 받으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24.03.06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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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시인과 함께 생태감수성을 되찾는 시간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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