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39_한강의 개운한 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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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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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39_한강의 개운한 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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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샛강생태공원 내 왜가리의 부화 C.이병우)

#자연의 슬픔과 기쁨
샛강숲에서 그리스신화 속 테베의 왕비 니오베를 떠올렸습니다. 니오베는 자신의 오만 탓에 14명의 자식을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화살에 모두 잃는 슬픔을 겪는 엄마입니다. 

지난 편지에서 올해 첫 청둥오리 가족이 샛강에 탄생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네 마리 아가들이 무탈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기원도 보탰어요. 그러나 채 며칠도 지나지 않은 지난 토요일, 새끼들을 키우던 물가에서 혼자 울며 자식들을 부르는 어미 청둥오리를 보았습니다. 천진난만하고 하룻강아지 같았던 네 마리 아기 오리들은 더 이상 엄마오리 곁에 없었습니다. 

새끼들을 돌보고 키우는 기쁨을 며칠 누려보지도 못한 어미 청둥의 마음을 생각하니 심란하고 슬펐습니다. 자연이 하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용의자로 여겨지는 고양이나 까치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고양이나 까치만이 아니라 왜가리일 수도 있고 또 족제비일수도 있으니 어느 동물을 특정해서 원망할 수야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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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들을 다 잃은 어미 청둥오리 C.김선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공원에서 나날이 개체수가 늘어나는 고양이와 까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고양이는 야생의 새들을 공격하기도 하니까요. 먹기 위해서도 하고 사냥 본능 때문에 하기도 합니다. 생명다양성이 필요한 생태공원에서의 길고양이들은 그래서 딜레마입니다. 

올해 처음 열린 샛강 운영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토론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지혜를 모으고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의못 앞 수달광장에서 샛강만민공동회 같은 것을 열어서 시민들과 토론을 해볼까 합니다. 

청둥엄마의 처지 때문에 며칠 마음이 무거웠는데, 어제는 모니터링을 하던 분들이 새로운 청둥가족의 탄생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는 왜가리 새끼들도 이틀쯤 전에 부화했다고 하네요. 삶과 죽음이, 슬픔과 기쁨이 물 흐르듯 순환하는 여의샛강숲의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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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샛강생태공원 하천대청소 오전반)

 #강도 개운해요
지난 3월 23일 토요일은 굉장한 날이었어요. 우리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활동하는 여의샛강생태공원, 성동구 중랑천, 진천 미호강에서 대대적으로 하천대청소를 펼쳤거든요. 샛강에서는 150명이, 중랑천에서는 100명, 진천 미호강에서는 8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강에서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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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청소에 참여한 청년들의 환한 웃음 C.함정희)

“묵은 귀지를 파내는 것 같아 시원해요.” 

중랑천 청소에 참여한 김미경 선생님이 강바닥에서 쓰레기를 걷어내며 신났습니다. 각각의 장소에서 걷어낸 쓰레기 양도 엄청납니다. 도심 속 여의샛강에는 양심을 내팽개치듯 생활쓰레기를 내다 버린 것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국회 맞은편 습지 가장자리에는 온갖 생활쓰레기들이 넘쳐납니다. 중랑천에는 오래도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하천변 곳곳에 박힌 쓰레기들이 많았습니다. 묵은 쓰레기를 걷어냈으니 포실포실 부드러워지고 깨끗해진 대지에서 꽃과 풀이 더 피어나고, 강에 사는 물고기, 새, 수달들이 기분이 좋겠습니다. 
 
진천 미호강 역시 쓰레기를 걷었던 구간이 아니었기에 떠밀려오거나 투기한 대형 쓰레기들이 상당했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샛강이나 중랑천을 압도하는 거대 쓰레기들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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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하천대청소 봉사자들)

하천대청소는 축제같았습니다.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참여했는데, 제가 가본 샛강에는 청년들이 대다수였어요. 한창 공부도 바쁘고, 주말에 할 일이 많을 텐데 봉사에 나선 청년들이 얼마나 예쁘고 고맙던지요. 샛강에서는 수돗물 홍보 캠페인도 곁들여 했습니다. 수돗물에 말린 청귤 조각을 넣어 자원봉사자들에게 대접했는데요. 그날 컵 설거지를 200개는 한 것 같아요. 

샛강에서는 특별한 쓰레기를 찾는 봉사자에게 상을 주기도 하고 중랑천에서는 쓰레기 퀴즈 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진천은 지역 단체들과 주민들이 주도해서 행사를 진행한 것이 특별했고요. 봄맞이 하천대청소 덕에 강도 개운하고 기분이 좋을 겁니다. 봉사자들은 우리 곁의 강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이 생기고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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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습지 인근을 청소하는 장병들 C.박평수)

아, 지난 토요일은 아니지만 어제 장항습지에서도 제1군수여단 신병 34명이 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정화활동을 했다고 하네요. 장항습지는 21년 지뢰사고로 아픔이 컸던 곳인데 한강조합 고양 조합원들이 이렇게 다시 장항습지 자연을 돌보는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되찾은 감수성
‘여의도 샛강’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명사입니다. 하지만 앞의 ‘여의도’ 세 글자를 빼면 큰 강이 있는 지역의 어디에나 존재하는 보통명사 ‘샛강’이 됩니다. 실제로 한강 상류에 위치한, 제 고향 여주에만도 여러 개의 ‘샛강’이 있답니다.’ (정지환 샛강숲길을걷는사람들 사무국장) 

누구나 그런 때가 있듯이, 정지환 사무국장님은 지난 겨울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 했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이기고 일상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샛강 덕분인 것 같아요. 그는 아침저녁으로 샛강에서 에너지를 얻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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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같은 샛강 풍경 C.고연희)

매일같이 강물과 숲을 보고, 그 안에 깃들어 사는 동식물들을 보다 보면 자연에 대한 애정도 생기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도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샛강을 통해 때로는 시를 떠올리고 때로는 철학적 사유를 길어올리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자연 속에 머물다 보면 우리가 곧잘 잃어버리기 쉬운 감수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난 주부터 이문재 시인이 ‘도둑맞은 감수성’을 되찾는 시 읽고 쓰기 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밤 아홉 시가 넘도록 서른 명이 넘는 어른들이 빼곡히 모여 앉아 시를 읽고 직접 써보기도 했습니다. 잃어버린 감수성을 찾기 위해서 이토록 열심히 배우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참 인상적이지요. 

이번 주말부터는 윤중로 벚꽃 축제가 열립니다. 자연은 거저 누릴 수 있는 것이니 꽃나들이 하시면 어떨지요. 

아름다운 나무들과 풀꽃, 새들을 보신다면 그런 자연을 지키기 위해 하천대청소를 하는 손길들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꽃 피는 사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세요.
2024.03.28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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