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45_치유의 숲에서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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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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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45_치유의 숲에서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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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천에서 본 하늘 C.안경선)

한창 일에 몰두하다가도 일어서서 나서기만 하면, 서늘한 지하 계단을 향해 내려가거나 삐걱대는 나무 데크를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바로 눈 앞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건 행운. 

 

경쾌한 리듬으로 물이 흐르고, 더러 새들이 목욕을 하거나 잉어떼가 부드러이 헤엄치고, 나뭇가지 살랑대고, 사방에 꽃들이 피어나는 숲이 펼쳐지는 곳에 언제든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역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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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이 만발한 샛강숲)

그 사이 우리 한강조합에 직원들이 늘었습니다. 새로 온 직원들에게 일을 설명하고 이것저것 교육과 안내를 해줘야 합니다. 4월 하순부터는 샛강생태공원에 50플러스센터에서 온 열다섯 분의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별로 도움을 드리진 못하지만, 그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시니 저도 괜히 분주해지는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봄철이라 새로이 시작하는 일들이 늘었습니다. 일들을 기획하고 또 실행하는 날들이죠. 그렇다 보니 눈 앞의 샛강숲도 겨우 며칠에 한 번 정도 걸을 수 있어요. 그럭저럭 일은 빠르게 해치우는 편이라, 급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나면 한 숨 돌릴 겸 숲으로 내려갑니다. 오늘도 마침 그런 날이었어요. 

 

사나흘 내리던 비가 그치고, 더없이 청명하고 아름다운 날씨였지요. 뉘엿뉘엿 지는 해를 흘깃거리며 숲을 걷습니다. 먼저 수변의 노란꽃창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갓 피어난 꽃들이 고와서 가까이 서서 살펴봅니다. 풀들이 무성해졌습니다. 저번에 난지수변공원에서는 벌써 뱀이 나왔다는 말이 떠올라, 근처에 돌아다니는 뱀은 없는지 두리번거리기도 했습니다. 맨발로 나선 터라 풀섶에서는 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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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숲에도 노랑꽃창포가 피었습니다.)

여의못에 이르자 수면 가까이 모여든 잉어 떼가 보입니다. 한 늙은 사내가 새우깡 봉지를 들고 과자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먹이를 주지 말라고 가서 말하려고 하다가 그냥 비껴갑니다. 오늘은 일도 많이 해서 좀 지친 터라, 누군가를 계도하며 마음쓰기보다 쉼이 필요했으니까요. 

 

한편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오늘 어버이날인데 초저녁에 홀로 물고기들에게 과자를 뿌려주는 늙은 사내… 혼자 보내는 저녁의 외로움을 잊으려고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운이 좋아 뱁새들을 꽤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갈대 줄기 사이사이 뱁새들은 작은 몸을 경쾌하게 움직입니다. 이제 찔레꽃은 만발했고, 뽕나무 열매들은 손톱 길이만큼 금새 자라났군요. 고개를 들면 푸르른 숲 사이로 파란 하늘이, 멀리서는 부드러운 노을의 빛이 보입니다. 

 

자연은 이렇게 아름답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편안히 즐기기 어렵습니다. 

 

다들 너무 찌들어 보인다고, 어서 일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김현섭 팀장님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컨디션이나 상황을 면밀하게 보면서 진행한다고 하더군요. 샛강숲에 와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간 어느 기업 직원들 이야기입니다.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 그 말을 듣고 안타까웠습니다. 여기 샛강숲에 와서도 피로를 털지 못하고 가는 걸까. 그들을 위해 뭘 도와주면 좋을까 하는 궁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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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비오톱)

그들이 만들고 간 비오톱 앞에 멈춰 서서 바라봅니다. 나뭇가지를 나르고 땅에 고정하고 얼기설기 쌓은 손길들을 생각합니다. 그렇게 가만히 보노라니 앙리 마티스의 그림 ‘춤’이 연상되었습니다. 둥글게 만들어진 비오톱이 마치 사람들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원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건 나무들이 춤이로구나. 우리들도 나무들처럼 춤을 추면 어떨까. 자원봉사자들이 오면 먼저 몸을 풀고 춤을 추는 시간을 가져야 할까… 

 

환대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우리들이 서로 손을 잡고 둥글게 모여 춤을 춘다면 그 자체가 치유이고 회복이 아닐까 해요. Shall we dance?   

춤추는 샛강숲을 꿈꾸며 

2024.05.08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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