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46_박새 엄마의 아홉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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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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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46_박새 엄마의 아홉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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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들을 먹이는 박새 엄마 C.이병우)

나는 행복한 엄마입니다. 
올 봄에 아홉 남매가 태어났습니다.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아가들은 옹기종기 모여 엄마를 기다립니다. 엄마가 먹여주고 보듬어 주기를 바라는 아가들입니다. 엄마를 향하여 작은 입을 열고 있는 무구한 목숨들, 작고 여리고 고운 존재들이 나의 새끼들입니다. 

올해는 운이 좋았습니다. 두 여자가 (세연엄마와 현수 님이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서로 부르는 것을 듣고 알았습니다.) 나에게 맞춤한 집을 달아주었습니다. 나무에 단단히 매달린 나의 집에 부드러운 마른 풀들을 모아 깔았습니다. 그 곳에서 나는 아홉 남매를 낳았습니다. 나는 아가들을 잘 먹이고 돌봐야 하는 엄마입니다. 

우리집 옆에는 커다란 나무 더미가 쌓여 있습니다. 한겨울이 지나자 이곳 샛강의 사람들이 숲 여기저기에 나무더미를 쌓았습니다. 썩은 나무와 부러진 가지들을 모아 둥그런 탑처럼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해가 나고 또 비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나무더미는 늙은이처럼 서서히 숨을 몰아쉬는 것 같았습니다. 썩고 부러진 나무의 잔재들은 죽은 생명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도 숨이 살아있고, 우주가 있었습니다. 우리 아가들을 먹일 수 있는 벌레들이 어둑한 나무더미 아래 살금살금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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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 아가들, 모니터링을 우해 한 번 열어서 확인했고, 새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게 조심합니다. C.강고운)

나는 고단한 엄마입니다. 
주위에 늘어선 커다란 버드나무, 팽나무, 뽕나무에도 먹을 것들이 있습니다. 나는 온종일 쉬지 못하고 새끼들을 먹입니다. 아가들이 작은 입은 쉴 새 없이 쩍쩍 벌려 있는 것만 같습니다. 나는 때로 초조하기도 하고 고단하기도 합니다. 아홉 생명이 오로지 나만 의지하고 있습니다. 나는 잘 견뎌야 합니다. 주위의 덩치 큰 까치나 약은 고양이, 소리없이 다가올 수 있는 뱀으로부터 나와 아가들을 잘 지켜야 합니다. 

어제는 한낮이 지나며 비가 내렸습니다. 어디선가 슬금슬금 몰려든 구름이 찬 비를 뿌렸습니다. 숲은 금새 차가운 얼굴이 되었습니다. 나는 먹을 것을 구하는 일을 쉴 수 없습니다. 빗줄기 사이를 날아 버드나무 가지를 살핍니다. 나는 아홉 남매의 엄마지만, 버드나무는 나의 엄마 같기도 합니다. 커다란 나무는 많은 것들을 나에게 내어주기 때문입니다. 이 숲에서 나는 평생을 살게 되겠죠. 우리 아가들도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잘 먹고 잘 자라서, 짝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또 저들처럼 사랑스러운 새끼들을 키우기를 바랍니다. 
(샛강숲에 사는 박새 엄마) 

나는 행복한 엄마입니다. 
지금 내 곁에는 5월에 태어난 일곱 남매가 총총총총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아가들은 내가 가르쳐주는 대로 먹을 것을 구하고 강에서 지내는 법을 배웁니다.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고 의지합니다. 

이곳 샛강에는 먹을 것들이 많습니다. 물은 부드럽게 흐르고 물가의 잔풀과 덤불들이 숨기에도 좋아요. 아가들은 잘 먹고 명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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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뺨 엄마와 아가들 C.박수정)

나는 근심이 많은 엄마입니다. 
나는 한시도 경계를 늦추기 어렵습니다. 내 아가들이 귀엽다고 성큼성큼 다가와 가까이서 살펴보는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날쌘 고양이와 깍깍 소리치는 까치들도 두렵습니다. 나는 내 아가들을 잘 지키고 키워내야 합니다. 아가들에게 혼자서 멀리 가지 말라고, 다른 동물들이 접근하기 좋은 물가는 조심하라고 단속하고 있어요. 

그래도 이곳은 숲이 깊고 곳곳에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강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들, 연못들, 둠벙들이 있고 낮게 흐르는 샛강이 있습니다. 나는 아가들이 무탈하게 자라 언제나 봄이 되면 샛강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샛강은 나의 고향이고 내 자식들의 고향이니까요. 
(샛강숲에 사는 흰뺨검둥오리 엄마)  
#성난고래들과 샛숲지기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는 샛숲지기들이 있습니다. 샛강에 꽃을 심고 쓰레기를 줍고 생태교란종을 관리하거나 새집을 달기도 해요. 이번에 샛숲지기 강고운 님이 비오톱 나무더미 옆에 달아온 새집에 부화한 박새 아가들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조류 모니터링을 하는 이병우 대표가 먹이를 물고 날아온 박새 엄마 사진을 보내줬어요. 

그제는 샛숲지기 박수정 님이 흰뺨검둥오리 아가들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는 새들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강물을 막고 있는 썩은 나뭇가지들을 치우는 일도 하더군요. 많은 새들이 샛강숲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부지런히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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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일하는 샛숲지기와 수달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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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의 성난 고래들)

중랑천에서는 ‘성난 고래’들이 많은 일을 했습니다. 생동 생추어리 퍽퍽한 땅에 나무와 꽃을 심으며 땀을 흘렸습니다. 성난 고래(정식 명칭은 ‘성난 고래의 노래 클럽’입니다. 바다 오염으로 인해 고래들이 성나지 않도록 해양자원봉사를 시작으로 활동해온 멋진 자원봉사 동아리입니다.)들은 정말 일을 열심히 했다고 하네요. 앞으로도 자주 중랑천에 와서 일을 해주겠다고 하니, 휴일에도 중랑천에 나가 물을 주고 나무를 보살피던 염키호테 대표가 든든한 우군을 얻었습니다. 

우리들은 아가들이 태어나고, 쑥쑥 자라며, 잘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찬탄합니다. 그들을 위해 알게 모르게 수고해주는 손길들이 고맙습니다. 

지난 3월에 부화한 왜가리 삼 남매가 이제 청년들이 되었다는 소식도 전합니다.   
아가새들이 자라나는 샛강숲에서
2024.05.16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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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란 왜가리 청년들 C.이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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