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59_도현의 여우, 형주의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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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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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59_도현의 여우, 형주의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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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수달대회 환영사를 하는 염형철 수달넷 공동대표 C.함정희)

#도현이 여우에게 

나는 혹시나 여우 한 마리가, 

배가 고파서 마을로 타박타박 힘없이 걸어내려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사람 소리 하나 안 나는 뒤꼍에서, 

두리번두리번 먹을 것이 없나 하고 살피다가 

일찍 군불 지펴넣은 아궁이가에 잠시 쭈그리고 앉았다가 

산 속에 두고 온 어린 것들을 생각하고는 

여우 한 마리가, 혹시라도 마른 시래기 걸린 소도 없는 외양간 뒷벽에 

눈길을 주다가 코를 벌름거리며 

그 코끝에는 김나는 이슬 몇 방울이 묻어 있기도 할 것인데 

(안도현 <그리운 여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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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강의 수달 발자국 C.조혜진)

그리운 여우야. 

눈이 오는 날에는 이따금 너를 생각해. 찬바람 부는 도시 빌딩숲 사이 어디쯤 걷다가, 어느 일요일 늦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고 일어나 창밖을 보다가 하염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보게 될 때, 마을버스를 타며 신발에 묻은 눈을 탁탁 털다가, 어린 시절 그 산속에 두고 온 너를 생각해. 시간의 강물은 너의 어린 것들과 어린 내가 같이 자라던 산속 시골마을에서 한참 멀리 나를 부려 놓았어.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의 어른이 되어 이따금 눈이 내리는 날이면 그리움만 켜켜이 쌓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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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샛강 수달기자단 활동 발표하는 형주 주혁 형제 C.함정희)

#형주가 수달에게 

수달나라에선 

궁금하고 

사람나라에선 

걱정되고 

사람나라는 괜찮을까? 

수달나라는 어떨까? 

(전국수달대회 참여한 박형주 어린이의 시 <사람나라 수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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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조사에 나선 참가자들 C.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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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을 위한 열띤 토론 C.조혜진)

내 이름은 형주야. 우리 가족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과 내가 있어. 우리 가족은 자연에서 놀고 배우는 것을 좋아해. 어느 날 엄마가 우연히 여의도샛강 생태공원에서 활동하는 수달언니들을 알게 되었어. 수달언니들은 올해 어린이수달방송국을 열었어. 우리 발표를 들은 박경화 수달언니가 전국수달대회에 꼭 가보라고 해서 오게 되었어. 

 

대회가 열리는 진천까지 오느라 차도 막히고 시간도 꽤 걸렸어. 그래도 차 안에서 엄마 아빠 형아랑 수달 이야기를 내내 하면서 와서 지루하지는 않았어. 수달대회에서는 아침 일찍 수달 조사도 하고 물고기도 조사한다고 했어. 너무 설레고 신나서 전날 밤에는 잠도 잘 오지 않았어. 

 

진천 청소년수련관에 도착했어. 와. 엄청 사람들이 많이 왔어. 대박! 200명도 넘는 사람들이 모였대. 우리 또래 어린이들도 많고 중학생 누나들 형님들도 여러 명이 왔어. 누나들은 자원봉사도 신청해서 행사 진행을 도왔어. 내년에는 나도 형이랑 같이 자원봉사를 해야겠어. 진행요원 이름표를 달고 다니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 

 

전국에서 수달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놀랐어. 박사님들의 강의 발표도 듣고, 전국 곳곳의 강에서 수달을 지키는 사람들의 활동 이야기도 들었어. 경기도 광주에서 온 형제들은 민물고기 박사였어. 자기네 동네 민물고기들을 샅샅이 조사해서 모르는 게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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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후 & 민서 형제의 발표 C,함정희)

전국수달대회는 1박2일로 열렸어. 이불도 깔끔하고 잠자리는 편했어. 근데 주최 측에서 왜 우리 가족들을 뿔뿔이 다른 방에 배치했는지 이해가 안 갔어.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과 친해지라는 뜻인가? 아무튼 가족 방을 내주지는 않았지만 잘 잤어. 어디 놀러가면 먹는 게 중요한데, 밥은 진짜 맛있었어! 집에서는 아침 밥을 잘 안 먹는데, 진천에 와서는 엄청 많이 먹었어. 우리는 참가비를 2만원밖에 안 냈는데 이틀 동안 맛있는 밥도 꼬박꼬박 주고, 숙소도 주고, 전문가들이 현장 조사도 안내하고, 또 선물도 이것저것 주는 거야. 엄마가 그러는데 ESG (어려운 단어여서 말해줘도 뜻은 기억이 안 나)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천군이랑 현대모비스라는 회사에서 이것저것 후원을 해줘서 그렇대. 수달넷 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강조합이라는 데에서는 사무실에 있던 자기네 선물들을 들고 와서 나누어주기도 했대. 

 

해커톤이라는 (이것도 말이 어려워!)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을 조별로 했어. 우리 조는 수달 보호 구역 지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했어. 6학년 누나가 의젓하게 토론 내용을 정리하는데 짱 멋졌어. 우리 조에는 어린이들이 여럿이어서 PPT 그런 것보다는 시와 그림으로 하자고 했어. 내가 시를 쓰겠다고 했어. 나는 평소에도 시쓰기를 좋아하거든. 

 

수달 2마리가 있습니다. 

아이 2마리가 있습니다. 

손자 4마리가 있습니다. 

손손자 8마리가 있습니다. 

어느새 16마리가 되었습니다. 

(박형주 <보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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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수달대회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C.최수경)

#수경이 수달에게 


It's amazing!


이틀간 진천 미호강에서 열린 수달전국대회가 끝났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7살 어린이부터 6학년어른까지, 단체 개인 가족이 수달을 사랑한다면 다 모였다. 더 놀랄 일은 시작부터 모인 200여명이 다음날까지 거의 함께 했다는 사실. (중략) 


수달대회는 야생동물, 어류, 조류 전문가들과 전국의 시민과학자 그리고 생다진천의 강교육선생님들이 일반시민들과 꾸민 생물보호잔치였다. 수달서식처인 하천의 생물다양성에 깊게 다가간 잔치였다. 감동 그 자체다. 


(최수경 한강조합 이사이자 생다진천 운영위원이 페북에 올린 후기 인용) 

2024.08.16


수달 가족이 강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힘쓰는 

한강 드림 

(이번 한강편지는 전국수달대회에 참여한 어린이의 마음을 상상하여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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