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261_숲과 피아노 그리고 한강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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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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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61_숲과 피아노 그리고 한강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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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샛강숲 C.정지환) 

#숲과 피아노 
강과 숲이 있습니다. 
숲은 깊고 강물은 명랑하여 햇살을 퐁퐁퐁 튕겨냅니다. 가을이 어느 만큼 왔는지 궁금한 쑥부쟁이가 연보라 얼굴을 내밀고 숲 길섶에 서 있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가 한결 누그러진 아침저녁으로 숲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느긋합니다. 간혹 눈이 마주치면 모르는 사이인데도 까딱 눈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과 숲이 있는 곳에 피아노가 있습니다. 피아노는 이 세상에 온지 불혹의 나이를 넘겼습니다. 40년 동안 한 가정에서 여러 손길을 거치며 음악을 들려주던 낡은 피아노입니다. 피아노는 우연하게도 ‘Forest (숲)’이란 이름을 가졌군요. 

이정은 선생님이 아들이 치던 피아노를 샛강숲으로 보내줬습니다. 갖다 두면 누군가 칠 수도 있겠죠? 아름다운 샛강숲에 음악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생각에 피아노는 그 이름도 걸맞게 숲이 있는 샛강센터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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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연주하는 강고운 님 C.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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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을 부르시는 할머님)

피아노는 샛강센터 로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내 사람들이 피아노에 다가옵니다. 정세연, 강고운, 정성후 샛강을 드나드는 한강 사람들이 즉석에서 피아니스트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피아노를 배우던 아들에게 연주 하나 부탁하려면 한참 어르곤 했는데, 요즘은 히사이시 조의 영화 음악이나 클래식 곡들을 듣는 복을 누립니다. 

 

샛강에 매일같이 마실 나오듯 오시는 할머니들이 있습니다. 허리는 굽고 말은 어눌하고 지팡이를 짚고 때로 부축을 받아 거동하십니다. 며칠 전 할머니들이 오셨을 때 성후 샘이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아리랑을 부르고 싶어. 아리랑 할 수 있어? 한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곧 이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여러 가지 귀에 익은 노래들이 울려 퍼졌어요. 할머님들은 박수치며 노래부르고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셨습니다. 창 너머에 서 있는 뽕나무와 버드나무가 흐뭇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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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무가 되어 볼까요? C. 박경화)

#숲이 가져다준 행복 

모르는 사이여도 숲에서는 눈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그건 아마도 아름다운 숲에 머물면서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그런 것 같아요. 

 

숲이 가져다준 행복을 나누고 싶고, 숲을 기록하고 살피고 싶어 책을 낸 분이 있습니다. 샛강숲에서도 종종 아이들과 만나는 조혜진 선생님입니다. 

 

책을 통해 그녀는 지극한 사랑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사는 동네 뒷산 궁산의 숲에서 만나는 나무들에 대한 사랑, 숲에 깃든 곤충, 벌레, 지의류, 꽃, 새들과 같은 작은 생명들에 대한 사랑, 숲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

 

사랑하면 지키고 싶어집니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그녀는 나무 곁에 서서, 나무가 주는 아름다움과 위로로 찬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기에, 나무를 지켜주고 싶어합니다. 그런 나무들이 말도 안 되는 민원 때문에 함부로 베어지는 걸 보고 그녀는 참담했습니다. 이를테면 은사시나무 씨앗이 솜털을 입고 날리는 것에 대해서 꽃가루로 오인한 민원이 있었고 (샛강숲에 있으면 버드나무 종모에 대해서는 비슷한 오해와 민원을 접합니다.), 나무는 가차없이 베어졌습니다. 그녀는 그 숲을 함께 드나들던 다른 이와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베어지고 없어진 은사시나무, 상수리나무, 때죽나무, 아까시나무, 단풍나무와 복자기나무들은 서로 의지하며 살고 새들과 곤충들, 벌레들을 먹이고 키워왔습니다.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그 나무들 덕에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가며 살아가고 있었죠. 그렇기에 그녀는 지키고픈 생명들을 지켜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나무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나무 대신 나무의 말을, 숲의 노래를 불러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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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살롱에서 조혜진 작가와 가는비 C.박경화) 

어제 열린 한강살롱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만난 숲과 사람들 이야기에 모인 분들이 각자의 숲, 각자의 추억을 꺼내 놓았습니다. 저 역시 어릴 적 타고 놀았던 팽나무와 봄날 들판의 제비꽃을 회상하며 행복했습니다. (저는 이 나이가 되고도 여전히 나무에 오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저만의 결을 지닌 층층나무 한 그루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난 어떤 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던가. (조혜진 <내가 좋아하는 것들, 숲> P147) 

 

나무를 좋아하고 숲에서 머물며 살다 보면, 어느새 나무를 닮은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숲이 가져다준 행복, 숲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 알려준 혜진 샘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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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6주년 행사에 함께하신 한강 사람들)

#한강과 사람들 

지난 23일에 한강조합 창립6주년 후원행사를 열었습니다. 200여명이 다녀가셨고, 응원의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보여주시는 마음 하나하나가 감동이고 감사였습니다. 

 

저에게는 한강과 함께 하는 매일이 기적이고 축복입니다. 저를 보고 사람들이 곧잘 자연 속에서 일하시니 너무 부러워요. 합니다. 자연도 자연이지만, 한강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경이롭습니다.  

 

사랑해주시고, 마음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분 좋은 가을 맞이하시기 바라요. 

 

2024.08.29 

피아노가 있는 샛강숲에서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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