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262_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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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admin 등록일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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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62_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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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의 새들에게도 가을이 왔어요. C.최종인) 

오늘은 볼일이 있어 생다진천 사무실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태희 반장님이나 효미 샘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어요. 무덥고 힘들었던 긴긴 여름을 보내고 계절이 바뀌어 만나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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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종개 방류 행사를 진행한 생다진천팀 C.이효미)

현장 일을 하시는 태희 반장님에게, 요즘은 하실 만하냐고 물었어요. 아침은 좀 나은데, 11시 넘으면 힘들어유. 두어 시간은 여전히 푹푹 쪄유. 따가운 햇살 때문에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그가 말했어요. 그는 지난 5월에 한강에 입사했는데, 대체로 혼자서, 일이 많을 때는 동네 어르신 한두 분이랑 같이 일을 하죠. 진천 사무실에는 샤워할 데도 없어요. 종일 몇 번이고 젖고 마르기를 반복해서 짠내가 나는 옷차림 그대로 그는 퇴근해요. 

 

현장에서 생태 관리를 한다는 건 무척 고된 일이죠. 때로 혼자 결정하거나 대응해야 하는 상황들도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그는 이 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생태관리를 위해 채용되었지만, 그는 또 뭐든지 해요. 짐을 나르고, 망가진 걸 수리하고, 나무를 잘라서 쉴 곳을 만들거나 싱크대를 설치해주기도 했어요. 

 

한달 여 전에 진천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저는 일은 한 것도 없이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나중에 보니 스포츠 샌들이 진흙으로 엉망이 되었죠. 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샌들이 말끔히 물에 씻겨 있었어요. 태희 반장님이 그 사이 씻어두셨더군요. 자원봉사자들과 몇 시간을 나무를 심고 습지 관리를 하며 기진맥진했을 텐데, 저의 샌들을 씻어둔 것을 보고 황송한 마음이면서도 고마웠어요. 이렇게 다정한 동료들이 저에게 있구나 새삼 느꼈어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A small good thing)이라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서는 이런 장면이 있어요. 아이를 잃고 황망한 마음에 잠긴 부부에게 빵집 주인이 실수를 해요. 왜 주문한 생일 케익을 찾아가지 않냐며 부부에게 여러 번 전화해서 괴롭히죠. 그는 그 생일케익의 주인공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요. 부부의 사정을 알자 그는 진심으로 사과를 해요. 그리고는 갓 구운 따뜻한 롤빵을 내놓죠. 어서 먹어보라고,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될 거라고. 

 

이 소설의 원제는 a small good thing이랍니다. 직역하면 작은 좋은 것이라는 말이 되죠. 태희 반장님이 저의 샌들을 씻어주신 걸 보고, 한강에는 이처럼 a small good thing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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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강고운 연주회 C.김명숙)

진천에서의 일을 마치고, 서둘러 샛강으로 왔어요. 오늘은 김영 교수님의 샛숲에서 맹자 읽기 첫 강의가 있는 날이었거든요. 다행히 강좌 시작보다 3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샛강센터 로비에 들어서자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네요. 강고운 선생님이 임설희 선생님 헌정 연주를 한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어요. 서너 분이 둘러서서 음악을 듣겠거니 했죠. 그런데 의자들이 놓여 객석이 마련되고 설희 선생님이 해설까지 곁들였나 봐요. 

 

이 작은 음악회도 a small good thing 같은 거죠. 서로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는 것. 고마움을, 애정을, 연대감을 나누는 거죠. 한강에서는 음식을 나누며, 웃음과 덕담을 건네며, 또 이렇게 음악을 들려주며 빵집 주인의 따뜻한 롤빵 같은 호의를 나눕니다. (아, 이 밤에 이런 문장을 쓰자니 허기가 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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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를 받고 있는 비호 과장) 

#한강에 기부하는 한강 직원들  

어제는 생다진천 누구누구 이름으로 기부금이 들어왔어요. 모르는 이름이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비호 과장님이 아이들 이름으로 기부금을 보냈더라고요. 그녀는 6주년 행사 때 건강을 돌봐야 하는 일이 있어 함께하지 못했죠. 그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과 한강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돈을 보냈다고 해요. 

 

비호 과장님만이 아니랍니다. 누구는 본인과 아이 이름으로 각각 기부금을 내기도 하고, 일반 기부금과 한강학교 설립을 위한 기부금을 별도로 낸 분도 있어요. 재학 팀장님은 좀 엉뚱한 발상을 하는 사람인데, 본인 기부금 외에 두 살 딸아이가 한강 6주년을 축하한다며 2만6천원을 보내기도 했어요. 직원의 어머니, 직원의 남편, 직원의 아이들 이처럼 다양하게 한강 직원들은 기부금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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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부금이 엄청 잘 모이는 국제단체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그 단체 직원으로 일할 때 한 번도 기부금을 내지 않았어요. 평소 열 군데 정도의 단체에 정기후원을 하지만, 제가 속한 단체는 아니었어요. 두 가지 이유였어요. 하나는 워낙 유명한 단체라 기부금이 많으니, 저는 작지만 좋은 활동을 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싶어서였고, 다른 하나는  회사와 비교해서 절반 정도의 급여를 받으며 일하는 것 자체가 기부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 한강 직원들도 일반 회사에 다니면 받을 법한 급여에 훨씬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아요. 직원들도 한강에서 일하는 자체가 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도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한강6주년을 지나며 직원들의 기부금에 더러 놀라고 당황하고 있어요. 형편을 뻔히 아니까요. 

 

제가 일하던 국제단체는 한 번은 특정 재난을 위한 기부금을 그만 받겠다는 선언을 한 적이 있어요. 2004년 쓰나미 때인가 그래요. 그게 뉴스가 되었죠. 저도 한강 직원들에게 이제 선언해야겠어요. 

 

친애하는 한강 직원들께. 창립 6주년 기부를 그만 받겠습니다. 형편이 되시면 1만원 정기후원 정도로 해주세요. 무더운 여름 고생 많았어요.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건강을 더 돌보며 차근차근 즐겁게 일하기로 해요. 

 

작은 좋은 것들을 (small good things) 끝없이 나눠주시는 한강 공동체가 참 고맙습니다. 

 

2024.09.04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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