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법원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 겨울에 제가 피해를 당한 일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판사는 오히려 저에게 힐난하듯이 따져 물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자꾸 떠올리기도 싫지만 작년에 샛강포럼 강좌에 와서 난동을 부린 남자가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저에게 반말로 “너 이리 밖으로 나와.”라고 말하고 “자꾸 겐세이를 놓는 저 여자 버릇을 고쳐주겠다.”라며 고성을 질렀습니다. 제가 일하는 직장에서 그것도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였습니다.
그 날의 불쾌한 상황을 일일이 복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런 것들, 경찰은 저에게 직접 폭행을 당하였는가 물었습니다. 저는 직접적인 폭행은 아니었지만 공포와 위협을 느꼈다고 대답했습니다. 제 나이 오십 줄에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맞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포를 생생하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저에게 “에이, 강의장에 와서 누구나 질문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욕 좀 한다고 해도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기고만장한 이 남자는 그 이후에도 샛강에 나타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논습지에서 행패를 부리고 경찰을 출동시켰습니다… 이런 사람에 대하여 공권력은 저를 보호해주지도 않을 뿐더러 그 남자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패를 제지하지도 않습니다.
살다 보면 여러 일들을 겪을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무도한 이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위협어린 욕을 좀 먹은 일이 뭐 대수이겠냐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퇴근할 때 그 사람이 어디 잠복했다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별별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로서 살면서 겪었던 여러 폭력적 경험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하루도 빠짐없이 일터에 나왔습니다. 저를 지켜주는 동료들과 한강에서 만나는 분들, 그리고 제가 지켜야 하는 샛강이 있으니까요. 은미야, 넌 참 용기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스스로에게 칭찬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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