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좋아지는 데에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죠. 그리고 한두 사람, 한두 원앙이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압니다. 몇 년 전에 이곳 중랑천에 찾았던 우리 할머니는 더 이상 오기 싫대요. 예전과 달리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죠. 할머니가 친구들과 같이 왔던 중랑천 구간에 여러가지 공사가 벌어지고 편하게 먹고 쉬고 할 공간이 줄어들었대요. 그런 일이 있다 보니 두 번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했지요.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올해 중랑천에 왔어요. 작년에 다녀간 이웃들이 중랑천이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전해줬기 때문입니다.
성동구에 위치한 철새보호구역 부근에서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우리 원앙들이 살기 좋도록 쉼터 같은 것들도 만들어 줬어요. 배를 곯을까 싶어 어디서 햇곡식을 얻어와서 강가에 뿌려주기도 했지요. 우리들의 아름다운 자태에 사람들은 감탄하죠. 우리를 보면 사랑에 빠지게 되나 봐요. 사람들은 우리 원앙들이 잘 살라고 이런저런 호의를 베푼 것이지만 그 수혜는 다른 새들도 고루 누렸답니다. 웃기게 생긴 물닭도, 어디 먹을 게 없나 기웃기웃하는 까치들도 덩달아 실컷 포식했지요. 그렇다고 제가 으스댈 생각은 없어요. 밥상은 평등해야 하니까요.
멀리 타국에서 온 이주배경 원앙들을 이렇게 성동구민으로 받아주신 덕분에, 중랑천에서의 아름다운 공존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성동 원앙축제에서 구민증 수여식을 하는 것도 의미가 큽니다. 이 소식은 전세계에 보도될 것이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외국의 원앙들과 갈 곳 없는 철새들이 이곳으로 찾아올 테니까요.
고맙습니다. 저희 원앙도 성동구민, 지구시민으로서 좋은 공동체 일원이 되겠습니다. 우리 원앙들도 적극 나서서 강을 지키는 주민이 되겠습니다. 주위 동물들과 인간들과도 평화롭게 잘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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