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선생님들께,
어제는 첫눈이 내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은 온통 설국이더군요. 저희 집에서는 하늘공원이 펼쳐져 있는데 모든 나무들이 각자의 모양으로 눈에 덮여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에 공원팀이 전해준 샛강숲 사진들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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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숲의 쓰러지고 부러진 나무들 C.김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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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보면 신비로운 숲인데, 가까이서 보면 마치 전쟁이 벌어졌던 폐허처럼 보이는 곳들이 눈길 닿는 데마다 있었습니다. 몸통이 잘려나가거나 사지가 부러진 것처럼 나무가 찢어지고 갈라지고 부러지거나 쓰러져 있었습니다… 살펴보느라 나무 사이를 걷는데 마치 나무의 신음소리와 탄식이 들리는 듯 마음이 아프더군요.
늙으신 부모 같은 큰 버드나무들이 타격을 입은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수많은 가지와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은 각각의 가지와 잎에 얹혀진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굴복했습니다. 숲 속의 다른 생명들에게 더 많이 먹이고 내어주는 나무들이 그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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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
“동부간선도로 변에 사철나무 1,800주와 쥐똥나무 400주를 또 심었다. 흙이 없는 도로변에 메마른 분을 얹히고 로시난테 (삼발이 손수레)를 중랑천 너머 출정시켜 흙을 퍼 나르고 자전거 길 철책 넘어 흙을 날라서 어찌어찌 400주를 심을 수 있었지만 상처뿐인 영광! 로시난테의 바퀴는 망가지고. (중략)
지난 6월 2차에 걸쳐 식재한 1,400주 (죽은 나무는 계속 보식 중)를 합치면 실로 엄청난 양이다. 더위와 싸운 노력과 열정. 아직도 가람교까지 심으려면 몇 천주의 쥐똥나무가 더 필요하다. 필요한 만큼의 난관도 뒤따를 것이고,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매일 중랑천에 푸른 희망을 심는다.”
(2024.10.19 로맨 님의 한강톡파원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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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황량한 중랑천 강가에서 활동을 시작한 성동희망나눔 여섯 분의 활동가가 이번 주까지 해서 11월로 활동을 마칩니다. 로맨 님은 그 여섯 분 중에 한 분이시죠. 아직 겨울의 찬기가 다 가시지 않은 중랑천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그들은 스스로 ‘우리는 중랑천을 가꿔요.’를 줄여서 ‘우중가’라고 팀명을 지었습니다. 우중가라고 하면 노래 같기도 하다면서 중의적인 의미라고 합니다.
우중가 선생님들이 계셔서 중랑천의 기적이 가능했습니다. 10월에는 중랑천 예술제가 펼쳐졌고 11월에는 성동원앙축제가 열려 몇 천명의 시민들이 중랑천에 사는 원앙과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중가의 땀과 헌신, 열정과 책임감이 아니었다면 우리들은 꿈만 꾸었지 할 수 있는 것이 적었을 거예요.
처음엔 우리가 ‘강가에서’라고 부르는 컨테이너를 정비하고, 창고를 만들어 주셨으며, 주변에 어마어마하게 쌓인 쓰레기들을 치워냈습니다. 성동구 주민들이다 보니, 지역 분들과 협의하고 소통하는 것도 척척 해주셨지요. 또 어르신들이 그렇게 솔선수범하여 일하니 주위에서 거들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로맨 님은 우중가 여섯 분 중에 한 분. 그는 시를 쓰는 로맨티시스트여서 로맨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나무를 심다 동부간선도로변에서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면서 (제가 얼마나 가슴이 덜컥 했는지…) 척박한 땅에 그의 표현대로 ‘푸른 희망’을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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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크리스털 박, 박수정입니다. 전에는 크리스탈이라고 불렸는데요. 털털하니까 크리스털로 바꿨습니다.”
크리스털 박 선생님은 3년 전에 샛강 탐방을 온 것이 샛강숲과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이후 샛강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또 보조강사를 하기도 했죠. 올해에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사업으로 파견한 활동가로 11월까지 일합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서울시립대 이태화 교수님이 대학원생들과 함께 샛강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센터에는 크리스털 님이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요. 손님들을 모시고 샛강숲으로 안내했어요. 저는 졸졸 따라다니며 조수 노릇을 자처했지요.
“아직도 샛강의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샛강과 그곳이 품고 있는 나무들, 동물들, 새들, 곤충들 그리고 두 분...많이 기억날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샛강을 다녀간 이태화 교수님이 고맙다는 카톡을 보내주셨는데요. 황금빛으로 빛나는 뽕나무 아래 서서 감탄하던 시간도 좋았지만 그 앞에서 김수영의 시를 함께 읽으며 샛강 나무들을 바라보게 해준 크리스털 님의 마음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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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동
“아, 너무 떨려요.”
경동 님은 몇 번이고 원고가 적힌 종이를 보고 또 봅니다. 작은 목소리로 연습을 합니다. 드디어 시연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영등포장애인복지관과 한강조합은 3년 전부터 발달장애인들의 일할 권리를 도모하고 환경 분야 일자리를 시작했습니다. 매해마다 적게는 네 명 많게는 일곱 명 정도의 분들이 샛강생태공원에서 활동가로 일했습니다. 지난 22일에는 매우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봄부터 신상재 숲해설사님의 지도와 교육을 받은 세 분의 환경지킴이들이 직접 숲 해설사로 데뷔한 날이었습니다. 샛강숲에 사는 열두 종의 나무들을 선정하고 각각 네 그루씩 해설했는데요. 샛강숲의 대표 나무들인 버드나무, 참느릅나무, 뽕나무, 팽나무는 물론이고 찔레, 매화, 사철나무, 모과나무도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들 덕분에 사철나무 열매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팽나무 열매로 맞추기 놀이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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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을 마친 환경지킴이들 C.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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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들에게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일자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도심 속 원시 비밀의 숲인 샛강은 할 일이 아주 많고 지켜야 할 생명들이 넘치는 곳이죠. 그래서 영등포장애인복지관과 협력하여 3년 동안 환경 일자리를 마련하고 운영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쓰레기를 줍거나 심겨진 꽃과 나무에 물을 주거나 하는 쉬운 직무를 했습니다. 수족관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는 일도 그들의 역할이었지요. 그러다가 드디어 숲 안내자까지 된 것입니다.
우리 샛강팀도 그들의 샛강숲 안내자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차근차근 지원을 했습니다. 김천일 선생님은 지도교사로서 일상적 업무를 꼼꼼히 챙겼고 신상재 선생님은 그들이 숲해설가가 될 수 있도록 여러 번 반복하고 연습시키며 해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들과 함께 샛강숲의 나무들을 만나던 시간은 더없이 흐뭇하고 뭉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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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으로 일해주시는 대한노인회 회원님들 C.박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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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정
“대표님, 아시죠? 저는 언제나 충성입니다!”
작년부터 샛강에는 대한노인회 선생님들이 샛강지킴이 활동가로 일해오고 있습니다. 이분들도 11월에는 활동을 마감합니다. 박화정, 최상필, 신혜원, 이희석 네 분의 대한노인회 활동가들은 샛강을 오가는 분들에게 은근한 감동을 줍니다. 언제나 겸손하시고 섬기는 태도로 사람들을 맞이하게 때문입니다.
아침 출근길에는 센터 앞에 낙엽을 쓸거나 인근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들을 줍는 모습을 언제나 봅니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금새 해내시지요. 그중 박화정 선생님은 넉살과 웃음으로 저희들을 참 푸근하게 해줍니다. 저에게는 집에서 정성껏 내린 커피를 건네주시거나 맛있는 간식을 종종 건네주시죠.
한참 어린 저에게 늘 공대하시고 또 충성하시겠다고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제가 대관절 뭐라고 이런 사랑과 보살핌을 받나 싶을 때가 있어요…
올 한해 우리와 함께 한 우중가 6명, 50플러스 15명, 환경지킴이 4명, 대한노인회 샛강지킴이 6명… 이 모든 분들이 이제 올해 활동을 마무리해요. 내년 봄에는 다시 오시겠지만, 이 분들이 안 계신 중랑천과 샛강이 얼마나 허전할지 벌써 염려가 되네요.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샛강과 중랑천 자연에 사는 생명들에게, 오가는 시민들에게 나눠주시고 보살펴주신 마음들이 매일같이 감동이었습니다. 겨울 동안 건강하시고, 새해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모두의 평안을 빌며
첫눈을 견디며 서 있는 나무들 곁에서
2024.11.28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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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_한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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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 마자 창밖을 보시지 않았을까요.
어제 아침에 첫 눈의 설렘으로 맞았던 눈이, 하루종일 내리고 밤새도 내리고 오늘 아침까지도 계속되며 뉴스에선 눈폭탄이란 표현까지 쓰니 어제의 설렘은 출근하는 가족들과 외출하는 어르신들에 대한 걱정으로 변했습니다..
건너편 건물 옥상위에 쌓인 눈을 보니 어림잡아도 30cm자는 넘어가겠다 싶네요
첫눈이 이렇게 많이 온 것은 117년만이라 하니 아마 우리 모두 생전처음 보는 첫눈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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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대체 왜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거야?
지구온난화라더니 전혀 안 따듯하잖아!
라고 생각하셨다면?
올해 눈이 유난히 많이 오는 이유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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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설의 주요 원인은 서해 바다 온도가 평균보다 2~3도 가량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한반도 인근에서 강하게 발달한 저기압과 바다의 온도가 높은 것이 그 원인입니다.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편서풍 흐름이 한반도 부근에서 정체돼 기압골이 끊어진 형태의 ‘절리저기압’이 나타났는데, 이 저기압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북쪽의 차가운 바람을 우리나라 쪽으로 강하게 끌고 왔어요.
이 찬 바람이 서해를 지날 때 바람과 해수면의 기온 차인 ‘해기차’로 눈이 내리는데, 해기차가 클수록 대기로 방출되는 수증기량이 많아져 많은 눈이 오게 되는데요, 현재 서해상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3도 높다고 해요.
우리나라 인근 해역의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올겨울 지금 같은 폭설을 자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더불어 한파와 따뜻한 날씨가 번갈아가며 나타나 널뛰는 날씨가 될 거라고 해요.
모두 이번 겨울 무사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출처]:
정봉비, "올겨울 ‘냉-온탕’ 널뛰는 날씨…11월 폭설은 서해 수온상승 영향", 한겨레, 2024.11.28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695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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