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275_비상계엄과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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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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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75_비상계엄과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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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C.경향신문 성동훈)

훗날 역사는 어떻게 기억할까요.

분노와 초조로 애를 태우며 깨어 있던 12월 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가결이 선포될 때까지 한없이 길게만 느껴지며 두렵던 시간.

 

평소에 일찍 잠이 드는 저는 그 밤에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다음 주로 다가온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를 가지고 제가 진행할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죠. 이미 두 번이나 읽은 책이지만 다시 세 번째로 읽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책은 제주 4.3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P57)

 

소설에서 이 부분을 읽고 잠시 책을 덮은 순간 윤석열의 ‘비상 계엄 선포’ 소식을 접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경하는 한강 작가의 페르소나로 보입니다. 5.18을 다룬 소설을 쓰고 나서 그 후유증으로 악몽을 꾸고 폭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상이 피폐해진 여자로 그려지죠. 경하는 깊이 잠들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겨우 살고 있습니다. 위 대목은 경하의 친구 인선이 목공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되어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경하에게 하는 말입니다. 손가락이 절단되었을 때 까무러칠 것같이 아팠다고 하는 인선은 광주에서 끔찍하게 살육당하고 죽어간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한밤중에 벌어진 비현실적인 일이었습니다. 비상 계엄이 선포되고, 군인들이 속속 서울로 들어와 국회에 난입하고, 경찰들이 출입구를 봉쇄하고, 계엄사령관의 무시무시한 계엄포고령이 전해졌습니다. 무장한 군인이 국회에서 한 여성에게 총구를 겨누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장은 가까스로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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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C. 경향신문 이준헌)

45년만의 비상계엄이 2024년을 사는 한국에서 벌어졌습니다. 여러 생각이 드는 가운데 당장 4일 수요일에 예정된 일정들이 다 차질이 생기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침에는 성동구청에서 정원오 구청장님이 참석한 가운데 <야생동물들도 #성동에 살아요> 사진전과 우중가 시화전 개막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녁에는 인권운동가 박래군 선생님을 모시고 한강 <소년이 온다> 강의를 들을 예정이었어요.

 

만약 계엄이 해제되고 다시 일상을 되찾아 광주 5.18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박래군 선생님은 어떤 심정일까. 2024년 겨울 계엄을 경험한 우리 모두는 이제 이전의 우리가 아닐 것입니다. 황당하고 참담한 역사의 시간을 지나고 있고, 슬기롭게 이겨나가며 일상을 지켜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습니다.

 

혼돈의 새벽에 저는 곁에서 영문을 모르고 쳐다보는 마루와 랑랑 고양이들, 우리 아이, 우리 한강조합이 돌보는 원앙과 수달들까지, 무구한 생명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들 모두의 일상과 평화를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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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아침 성동구청 사진전에서 C.강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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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박래군 선생님 강연 C.김명숙)

#비상계엄과 한강 2024

어제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한강 여의도샛강센터로 갔다. <한강에서 한강 읽기> 세번째 시간을 맡은 때문이었다.

지난밤에 겪었던 계엄상황을 말하고, 내가 겪은 5.18에 대해서 말했다. 20대 때 5.18은 내게 공포였고,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분노였으며, 죄책감이었다. 5.18을 말하는 것은 어딘가로 끌려가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내 친구들이 끌려가서 죽었다. 나도 군에 강제징집되었지만, 난 운좋게 살아남았다. 그런데 동생이 광주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죽었다.

(중략)

50대 이후 5.18은 가장 약한 존재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끌어안으며 "니 맘 내가 다 안다"는 그 한 마디가 4.16운동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나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의 수많은 주옥같은 문장들 중에서 다음의 문장을 가장 좋아한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박래군 선생님 페이스북 글 부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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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이 있던 날 5.18 이야기를 듣다 C.김명숙)

#비상계엄과 한강 1980

열두 살 어린 아이였던 한강은 어느 날 아버지가 서랍 깊숙이 숨겨둔 학살 현장 사진들을 보게 됩니다.

 

<소년이 온다> 소설을 쓰고 한강은 말합니다. 그 순간 자신 속에 있던 어떤 연약한 것들이 부서졌다고…

 

아이의 마음에 있었을 몽글몽글 부드러운 두부 같은 순수한 동심이 부서지고, 그 사진들은 아이에게 뜨거운 화인처럼 자국을 남겼을 것입니다. 아이는 자라 작가가 되었습니다. 스무 살 어른이 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한 그녀는 스물넷에 시인으로 등단합니다. 그녀는 소설을 쓰고 유명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열두 살 아이였던 자신을 위하여, 억울하게 죽어간 어린 소년들을 위하여 <소년이 온다>를 썼을 것입니다. 2014년 출간된 이 책은 지극한 애도와 위로의 진혼곡이죠.

 

그리고 한강은 202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렇게 수상 이유를 말합니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날들입니다.

평화를 빕니다.

2024.12.05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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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들도 평화를 빕니다. C.서광옥)

이주의_한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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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스럽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오랜만에 童心을 소환했다

각박 하고

어수선한 세상.

하얀 눈처럼

순수한 세상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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