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전문)
당신…… 벌써 그리운 당신. 당신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나직이 불러봅니다. 당신을 떠나보내고 돌아온 밤에 허수경 시를 찾아서 읽습니다.
어제도 흔한 겨울 날이었습니다. 점심은 분식으로 든든히 먹었습니다. 그냥 가볍게 분식이나 어때요? 김밥과 라볶이 같은 것들, 선영과 재희와 함께 나서며 제가 말했죠. 분식집에 가면 오히려 이것저것 시키게 되더군요. 결국 김밥과 라볶이, 우동과 오므라이스까지 고루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우린 가볍게 먹는 게 안 된다니까요. 선영의 웃음기어린 말에 깔깔 웃으며 포만감에 차서 사무실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차갑던 공기도 어쩐지 누그러져 보이고, 겨울 햇살이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와 눈이 좀 부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문자를 받은 건 그 순간이었습니다.
‘김연금님 동생입니다. 오늘 오전 누나가 이 세상 놀이를 끝내고 하늘 나라로 떠났습니다. 하늘엔 재밌는 놀이터가 없어서 좀더 일찍 올라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누나가 아프지 않은 곳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마지막 가는 길 함께 배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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