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잘 보내셨는지요?
따뜻한 것들이 고마운 요즘입니다. 혼란스럽고 더러 지치기도 하는 연말을 보내면서 더욱 그렇지요, 여의도와 광화문과 남태령에서 시민들이 서로 나누는 따뜻한 음식과 차, 유독 추운 겨울을 나는 이웃들에게 뭐라도 나누는 분들, 익명의 기부금들, 한 해를 보내며 오랫동안 연락을 못했던 누군가에게 전하는 안부 한 마디, 아픈 이들을 위한 기도 같은 것들…
우리 한강도 겨울이면 따뜻한 것들을 내어주려고 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보리차인데요. 작년에 큰 들통을 샀습니다. 샛강센터에서 보리차를 넉넉히 끓여 오가는 시민들에게 대접하려고요. 8년 전 겨울 촛불집회 당시 서촌에 있는 커피공방에서 집회에 나온 시민들에게 보리차를 내어주던 것이 참 좋아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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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나누다
이른 아침 5시를 넘기면 랑랑이와 마루의 야옹야옹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5시 30분에 일어나도록 알람을 해뒀는데 이 녀석들이 밥을 달라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출근 전에는 맛있는 간식인 추르를 하나씩 주고 나옵니다. 온종일 엄마가 없는 동안 잘 지내라고 당부하기 위해서입니다. 추르 먹을까? 꼭 이렇게 큰 소리로 고양이들에게 물어봅니다. 그러면 랑랑이는 언제나 기쁜 듯이 냐옹 대답을 해요. 랑랑이의 삶에서 어쩌면 먹는 일의 즐거움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겨울 중랑천에서 랑랑이를 데려올 수 있었던 것은 원앙에게 밥을 주던 활동 덕분이었습니다. 원앙과 다른 철새들을 위하여 볍씨를 뿌리고 쓰레기를 주웠죠. 올 겨울에도 새들에게 밥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중랑천 수달탐사대 아이들도 볍씨를 뿌려줬어요. 새들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하게 먹이를 나누어 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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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누다
연말이 되니 한강에서의 올해 일들이 되돌아보게 됩니다. 1월에 중랑천에서 ‘새들의 친구’ 발대식도 하고 미영 님이 가져온 떡을 나누어 먹은 게 엊그제 같고, 3월에 소풍을 가서 해바라기와 나무들을 심던 것도 얼마 전의 일 같은데 벌써 12월 막바지네요. 4월의 샛강놀자 축제와 5월의 진천 생물대탐사, 뜨거웠던 여름 자원봉사 활동들과 교란종과의 분투, 아침가리 계곡 물길을 언니와 같이 건너던 일, 미호강변에 꽃을 심던 8월 하순, 버드나무와 강교육 축제, 훌라댄스 공연과 샛강놀자 축제, 진천군환경교육센터 출범과 은여울 아이들과의 시간, 나무를 심고 정원을 만들던 가을, 동부간선도로변을 따라 사철과 쥐똥나무를 심던 시간, 고양지부 도란도반 모임이 강의날대회에서 상을 받고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노래를 부르던 일, 예술제를 하고 기부의자를 설치하던 10월의 산들과 세연, 11월 성동원앙축제에서 먹었던 붕어빵과 보온통에 담긴 미역국, 그리고 곳곳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자연에서 체험하고 배우던 순간들…
많은 만남과 많은 일, 좋기도 하고 더러 나쁘기도 한 일들도 다양했지요. 지난 금요일에는 한강 송년파티를 했습니다. 한 해 동안 고마웠다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였어요.
한강의 파티에는 밥을 나누는 일이 참 중요합니다. 행사 날짜가 잡히자 ‘물이술술’ 동아리에서 쌀을 씻고 불려서 전통주를 담갔습니다. 삼용 님은 대방어를 한 마리 가져와서 일일이 썰어 대접했어요. 명숙 님이 뜨끈한 어묵탕으로 오신 분들 속을 덥혀 주었습니다. 샛강을 즐겨 걷는다는 은별 님이 오셔서 붕어빵을 구웠습니다. 처음 뵙는 분이었는데, 샛강을 가꾸는 고마운 마음을 보답하고 싶다고 혼자서 붕어빵 기계와 재료를 가져와서 팥과 슈크림이 든 두 가지 붕어빵을 계속 구웠어요. 홍천에서 온 사과, 함양에서 온 사과즙, 제주에서 온 귤과 오메기떡도 있었습니다. 80분도 넘는 분들이 오셨는데도 다들 배불리 먹고 남은 음식을 싸서 가져가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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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고운 님이 팥죽을 가져왔습니다. 새벽부터 만들어 중랑천과 샛강에 직접 배달을 한 것이지요. 내일 종무식에는 명숙 님이 만두국을 끓여준다고 하고, 샛강 해맞이에는 수달언니 경화 님이 손수 빚은 손만두로 떡국을 끓여서 해맞이 손님들을 대접할 예정입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음식을 만들고 베푸는 분들이 이렇게 한강에 계십니다. 이런 경이로운 환대의 공동체에서 덕분에 올 한 해를 잘 살았습니다.
경기도 침체되고 사회도 갑갑한 요즘이지만, 연말에는 조금 행복해졌으면 좋겠고, 송년회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파티는 아니더라도 밥을 나누며 서로 수고했다고, 고마웠다고, 등을 두드리고 손을 잡아주어도 좋겠지요.
한강은 언제나 그런 일을 하겠습니다. 서로 돌봐주고 염려해주는 일, 밥을 나누고 안부를 묻는 일, 좋은 일에 기뻐해주고 슬픈 일에 위로해주는 일, 새들의 몸짓에 기뻐하고, 쓰러진 나무에 슬퍼하는 일…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가오는 새해, 한강과 함께 더욱 행복하시길 빕니다.
2024.12.26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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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_한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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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탄절 휴일 잘 쉬셨는지요 ^^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디에 계셨나요?
저에게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장소는 단연 명동입니다.
야간 통행금지가 아직 존재하던 시절 ( 야간 통행금지는 제가 대학생때인 1982년 1월에 해제됐지요.^^)
크리스마스 이브만은 통금이 없어 젊은이들이 올나잇( all night ^^)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고 너나 할것 없이 명동으로 쏟아져 나와 명동은 그야 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젊은이들이 들뜬 마음으로 명동을 누비고 다니던 날이었답니다. ^^
그래서 오늘은 명동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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