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선생님들께,
새해 잘 시작하셨는지요?
저는 어쩌다 보니 연말까지 이런저런 회의다 문서 작업이다 하며 좀 바쁘게 보냈습니다. 힘들지는 않지만, 이렇게 연말까지 바쁜 건 옳지 않은 것 아냐?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죠.
친구들은 종종 저에게 일을 줄여라, 한강은 행사가 너무 많다, 건강이 최고이니 절대 과로하지 말라 등등 잔소리를 해요. 저에게는 한강의 행사가 일이라기보다 노는 것 같아서 수월하게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요즘 저를 꽤 즐겁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스쿼시인데요. 걷기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운동을 해야지 싶어 한 달 반 전에 등록을 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강습을 받습니다. 서브를 연습하고 간단히 게임도 해요. 시간대는 아무 때고 갈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점심 시간에 간단히 있는 것들 먹고 (결과적으로 보통 점심보다 더 많이 먹게 되더군요.) 운동을 가기도 하고, 퇴근하고 나서 저녁에 가기도 합니다. 일을 몰아서 하고 한적한 오후에 가기도 하고요.
회원들은 대부분 30대 전후로 보입니다. 제가 훨씬 나이가 많죠. 주위 사람들에게 스쿼시 친다고 했더니, 무릎은 괜찮아요?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네. 그럴 나이죠. 살도 빼야 하고요. 아직까지는 무릎도 괜찮고, 젊은 회원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럭저럭 잘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아들 또래이거나 아들 형님 정도 되어 보이는 강사가 (당연히!) 반말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쳐라 빨리 뛰어라 자세 똑바로! 하는 말을 수없이 하는데 그런 말을 고분고분 듣습니다. 강사가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게 되죠.
왕초보 운동선수인데도 새삼 스포츠란 무얼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 스포츠는 순수하구나, 그런 생각이 먼저. 같이 뛰는 회원들은 한결같이 친절합니다. 연습 게임을 할 때 파이팅을 서로 외쳐주죠. 좋은 샷을 치면 칭찬도 해주고요. 제가 할머니 나이가 되어도 꾸준히 해서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선수가 되어볼까 하고 꿈꿀 정도로 열의에 불타고 있습니다. 스쿼시를 치면 운동 그 자체도 좋지만, 잡생각을 잊는 것도 좋습니다. 운동을 하는 시간만큼은 산적한 일들도 잊고, 계엄과 탄핵도 잊고, 불친절하거나 무례한 사람들도 잊고, 앞으로의 걱정도 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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