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권무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무가 그를 쓰러뜨렸기 때문입니다. 권무팀장님과 현섭팀장님은 첫눈 이후 부러지고 쓰러진 나무들을 정리하느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숲 안쪽에 있는 나무들은 작업 차량 접근이 어려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자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 나무가, 엔진톱에 신음하던 나무의 몸통이 한순간에 팀장님 쪽으로 날아왔습니다. 충격으로 사다리와 함께 쓰러진 그는 너무 놀라서 얼이 나갈 정도였습니다.
나무의 타격은 오래갔습니다. 심신이 쇠약해진 틈을 타서 감기까지 괴롭혔습니다. 샛강숲의 산신령처럼 숲에 머물며 나무들을 돌보던 그는 이 일로 기백과 자신감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수많은 나무들을 살리고, 키워내고, 가시박과 환삼덩굴을 걷어주며 햇살 아래로 초대하는 것이 그의 일입니다. 그는 쉴 새 없이 일하고 파김치가 되기 일쑤입니다. 제가 재작년 겨울에 한강편지에 그가 일하는 모습을 이렇게 썼네요.
‘영하의 날씨였던 어느 날은 그를 종일 못 봐서 나가보았습니다. 작업복 위로 눈에 잘 띄는 주황빛 조끼를 걸친 그의 얼굴은 추위로 벌겋게 얼어 있었습니다.’
쓰러진 나무들을 베어내고 치우고 나니, 샛강숲을 걸을 때 벌써 휑한 느낌입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사람 일만 그런 것이 아닌가 봅니다. 힘겹게 살아남은 나무들은 이 시련을 잘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돌보던 나무에게 타격을 입은 권무팀장님도 온전히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여전히 눈도 내리고 바람도 불고, 지친 나무들에게는 시련의 겨울입니다. 나무 곁을 지날 때, 나무들에게 봄이 멀지 않았다고 속삭여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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