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찾아서
노인이 말했습니다.
“작고 예쁘지. 얼마나 귀여워. 여기 샛강공원에는 토끼 같은 동물들이 있어야지. 사랑스럽거든. 내가 다가가면 토끼가 나를 반겨요. 그래서 내가 매일같이 토끼를 보러 왔어. 나는 이 인근에 살아요. 매일 찐 고구마 같은 걸 가져왔어. 잘 먹더라고. 오물오물 먹는 것도 얼마나 이쁜지 몰라. 그런데 그 토끼가 요새 한 이주일 동안 안 보여. 아무리 찾아도 어디로 갔는지 안 보여. 그래서 혹시 여기 관리소에서 데려와서 키우나 싶어 와봤어요. 겨울이고 춥고 하니 관리소에서 토끼를 보호해주나 보다 싶어서 와 본 거예요.”
낡은 외투를 입은 노인과 중년 정도로 보이는 사내가 찾아왔습니다. 토끼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지, 혹시 토끼를 보호하고 있는지 묻더군요. 토끼를 만나고 고구마를 먹이고 눈맞춤하는 기쁨으로 매일같이 샛강숲에 왔는데, 한참 안 보여서 걱정이라며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한참을 못 봤답니다. 그 문화다리 아래 여의못 가기 전에 맹꽁이들이 여름이면 우는 둠벙 근처에서 풀을 뜯어먹는 토끼 말씀이잖아요? 저도 다가가면 경계도 안 하더라고요. 오히려 순진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기도 하더라고요. 귀엽고 예쁜 토끼죠. 그러고 보니 저도 한참 못 봤어요. 어디로 갔을까요? 어디 굴이라도 파서 들어갔다면 다행일 텐데…”
노인과 사내에게 말을 하다가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작년 겨울에 샛강에 살던 두 마리 토끼는 정말 토끼굴을 파고 알콩달콩 살았죠. 그러다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봄 어느 때에 사라지긴 했지만요… 작년 가을에 샛강에 온 토끼는 한 마리였어요. 혼자서 애써 명랑하게 지내던 토끼였어요. 주위에 사나운 동물들이 살고 매정한 사람들도 오가는 숲에서 토끼는 하루하루를 잘 살아주었죠. 겨울이 되고 첫눈에 샛강숲 버드나무들이 온통 쓰러질 때 토끼 생각이 나긴 했어요. 춥고 배고플텐데 혼자서 어쩌나 했죠.
노인이 주던 고구마를 받아먹던 토끼는 어디로 갔을까요. 어디 따뜻한 굴에서 잠을 자다가 어느 맑은 날 명랑한 얼굴로 폴짝폴짝 뛰어올까요? 마치 매일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흙 위로 푸릇푸릇 번져나는 풀들을 냠냠 먹을까요? 당분간 샛강숲을 걸을 때 주위를 더 두리번거리게 될 것 같습니다. 나무뿌리 아래, 덤불 사이, 움푹 패인 땅 아래로 시선을 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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