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281_토끼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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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admin 등록일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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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81_토끼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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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노는 샛강안내자들 ⓒ. 이정민)

둥글게 둥글게 놀아 봅시다.

둥글게 둥글게 뛰어 봅시다.

둥글게 둥글게 웃어 봅시다.

 

겨울 샛강숲에서 둥글게 모여서 놀고 있는 어른들과 아이가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들,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걸려 있습니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며 미소 짓는 얼굴을 비추네요. 세상사 시름은 잠시 잊고 샛강숲에서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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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숲에서 놀아요. ⓒ.이정민)

#토끼를 찾아서 

노인이 말했습니다.

 

작고 예쁘지. 얼마나 귀여워. 여기 샛강공원에는 토끼 같은 동물들이 있어야지. 사랑스럽거든. 내가 다가가면 토끼가 나를 반겨요. 그래서 내가 매일같이 토끼를 보러 왔어. 나는 이 인근에 살아요. 매일 찐 고구마 같은 걸 가져왔어. 잘 먹더라고. 오물오물 먹는 것도 얼마나 이쁜지 몰라. 그런데 그 토끼가 요새 한 이주일 동안 안 보여. 아무리 찾아도 어디로 갔는지 안 보여. 그래서 혹시 여기 관리소에서 데려와서 키우나 싶어 와봤어요. 겨울이고 춥고 하니 관리소에서 토끼를 보호해주나 보다 싶어서 와 본 거예요.”

 

낡은 외투를 입은 노인과 중년 정도로 보이는 사내가 찾아왔습니다. 토끼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지, 혹시 토끼를 보호하고 있는지 묻더군요. 토끼를 만나고 고구마를 먹이고 눈맞춤하는 기쁨으로 매일같이 샛강숲에 왔는데, 한참 안 보여서 걱정이라며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한참을 못 봤답니다. 그 문화다리 아래 여의못 가기 전에 맹꽁이들이 여름이면 우는 둠벙 근처에서 풀을 뜯어먹는 토끼 말씀이잖아요? 저도 다가가면 경계도 안 하더라고요. 오히려 순진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기도 하더라고요. 귀엽고 예쁜 토끼죠. 그러고 보니 저도 한참 못 봤어요. 어디로 갔을까요? 어디 굴이라도 파서 들어갔다면 다행일 텐데…”

 

노인과 사내에게 말을 하다가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작년 겨울에 샛강에 살던 두 마리 토끼는 정말 토끼굴을 파고 알콩달콩 살았죠. 그러다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봄 어느 때에 사라지긴 했지만요… 작년 가을에 샛강에 온 토끼는 한 마리였어요. 혼자서 애써 명랑하게 지내던 토끼였어요. 주위에 사나운 동물들이 살고 매정한 사람들도 오가는 숲에서 토끼는 하루하루를 잘 살아주었죠. 겨울이 되고 첫눈에 샛강숲 버드나무들이 온통 쓰러질 때 토끼 생각이 나긴 했어요. 춥고 배고플텐데 혼자서 어쩌나 했죠.

 

노인이 주던 고구마를 받아먹던 토끼는 어디로 갔을까요. 어디 따뜻한 굴에서 잠을 자다가 어느 맑은 날 명랑한 얼굴로 폴짝폴짝 뛰어올까요? 마치 매일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흙 위로 푸릇푸릇 번져나는 풀들을 냠냠 먹을까요? 당분간 샛강숲을 걸을 때 주위를 더 두리번거리게 될 것 같습니다. 나무뿌리 아래, 덤불 사이, 움푹 패인 땅 아래로 시선을 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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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어디로 갔을까? ⓒ.조은미)

#새를 찾아서

아이가 말했습니다.

 

박새는 겨울 추위를 이기려고 가슴 털을 부풀린대요. 겨울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배가 고프대요. 이번 겨울에 샛강숲 참느릅나무들은 이상한 병에 걸렸대요. 열매를 맺지 않은 나무들이 많대요. 나무들을 돌보는 할아버지가 근심이 큰가 봐요. 참느릅나무 열매는 새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아주 좋은 먹이라고 해요. 그런데 열매가 부족한 것 같아요. 제가 만드는 이 먹이를 박새가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엄마 박새가 많이 먹길 바라요. 그러면 봄에 어여쁜 아가들을 낳고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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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케이크를 나무에 달아주려는 아이 ⓒ.이정민)

겨울이라 돌봐야 될 자연의 식구들이 많습니다. 주말이면 샛강숲에서 아이들이 새들을 위한 버드케이크를 만들어요. 고소한 땅콩과 옥수수가루, 기름으로 잘 뭉친 버드케이크는 새들에게 특식이 됩니다.

 

중랑천에서는 올 겨울도 원앙과 철새들에게 볍씨를 뿌려주고 있습니다. 카카오 같이가치 모금함에 모인 돈으로 볍씨를 사기도 하고, 최근에는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님이 볍씨를 넉넉히 사주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영하 18도이던 날씨에 중랑천에 갔는데 그 때도 염키호테 대표님은 볍씨를 뿌립니다. 혹한의 날씨에 새들 배고플까봐 그냥 돌아서질 못합니다.

 

겨울 동안 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추운 거리에서 버텼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에겐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봄이 올 것 같습니다. 새들도 겨울을 이기려고 갖은 애를 씁니다. 서로 모여서 온기를 나누며 버티죠. 작고 아름다운 존재들이 우리 곁에서 조용히 살며 겨울을 견디고 있어요. 한강 사람들은 그들에게 볍씨를 주고 버드케이크를 만들어 주며 돌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환대의 공동체에는 사람들과 자연의 식구들이 함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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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에서 엄청 추운 날 먹이주기하는 염키호테 님 ⓒ.조은미)

새해 한강유람단은 강원도 선재길을 걸으며 산과 강의 맑은 기운을 듬뿍 받았습니다. 이런 좋은 기운들로 새해 어려움들은 물리치고, 기쁨은 나누며 잘 지내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평온한 일상 살아가시길 빕니다.

2025.01.16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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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유람단 날다 ⓒ.석락희)

이주의_한강은? 

Preview

아침엔 살짝 영하로 내려가도 낮에 햇님이 나오시면 제법 따뜻해져 올겨울은 된추위가 없나보다 했더니 웬걸요. 어제오늘은 여봐란 듯이 매서운 겨울 날씨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네요.


추워도 정말 춥습니다. 한낮 기온도 영하 10도에 육박하니 마치 공기가 살얼음을 얇게 펴놓은 것마냥 차고 바삭합니다.


하긴 예전에 중고등학교 다닐 땐 영하 10도는 예사였고 20도 가까이 내려간 적도 있었어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버스가 다니질 않아 효자동 집에서 불광동 학교까지 친구들과 함께 몇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으며 걸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땐 넘어져도 좋다고 깔깔거리며 즐겁기만 했어요.

이주의_Quiz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 도시를 선언한 도시는? 

정답: OOOO
프로그램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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