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282_암사 강변 고라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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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admin 등록일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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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82_암사 강변 고라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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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생태공원의 고라니)

말 한 마리 산 숲을 빠져나와 벌판을 지난다 길 위에 꽃 지는데 초록 돋아드는 햇살 설렁이는데 눈 안에는 들판 들판에는 그렇게 많은 싸리꽃 일렁이는 시간을 빛 속에 나누어주고 있는 싸리꽃 말의 눈 안에서 싸리꽃은 얼마나 많은 씨앗을 하늘로 올려보내고 있었던가

(허수경 시 ‘말 한 마리’ 부분)

 

암사 강변 고라니에게,

그 날이 12월의 마지막 일요일이었던가 그랬지. 암사생태공원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더라, 강변도로를 몇 번 왔다갔다 하다가 겨우 주차장 진입로를 찾을 수 있었어. 겨울 오후의 암사숲은 가끔 오가는 산책객 말고는 인적이 드물어 고요했어.

 

억새 같은 마른 풀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서걱거리는 소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떼가 덤불 사이로 날아들며 내는 작고 청량한 소리가 간간히 날 뿐이었어. 나무 아래로 저 멀리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보였어. 샛강숲이나 마찬가지로 첫눈에 부러진 나무들도 보이고… 그렇게 암사숲을 거닐다가 너를 보았지. 너의 우아한 몸짓과 따듯해 보이는 몸, 맑고 무심한 듯한 눈길. 우리는 서로를 한참 바라보았어. 오래 봐온 이웃이라도 되는 듯이, 너는 나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갔어. 강가로 다가가니 그곳엔 너보다 더 어려보이는 고라니도 혼자 있는 게 보였어.

 

암사생태공원은 어떤 곳일까, 어떤 자연의 식구들이 살고 있을까, 우리가 올해 운영을 맡게 된다면 어떤 일들을 해나가야 할까. 그런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서 간 길이었어. 물론 전에도 간 적이 있지만 기분이 달랐어. 전에는 손님으로 갔다면, 이번에는 그 곳에서 일을 할 수도 있겠다 싶은 가능성을 꿈꾸며 갔으니까.

 

너를 봐서 기분이 좋았어.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너의 눈빛이 다정하다고 느꼈어. 아니, 내가 너에게 다정한 마음을 품어서 그렇게 느꼈을 거야. 그곳에 사는 너를, 너의 친구들을 지켜주고 싶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고라니 네가 먹고 쉬고 놀고 은신할 수 있는 공간이 많도록 말이야. 너희들은 암사숲에서 살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가까이서 너희들을 보겠지. 손을 뻗어 만져볼 수는 없지만, 너의 들숨과 날숨을 가까이서 느끼고 덩달아 행복할 거야. 복잡한 마음 같은 것은 잠시 잊어버리고, 너의 아름다움만 하염없이 바라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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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 시연 후 뽕나무숲에서 ⓒ.영등포장애인복지관)

#영장복의 기도

기도하고 있어요.”

 

그제 샛강센터에 온 영등포장애인복지관 직원이 말했습니다. 자신은 종교도 없지만 우리 한강조합이 샛강생태공원 재위탁을 잘 받도록 기도한다는 것이었어요. 그 말이 참 고마웠습니다.

 

곧 2월이면 생태공원 위탁 심사가 열립니다. 우리는 작년 하반기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데요. 긴장도 되고 혹시 잘 안되면 어쩌나 염려도 되네요. 2019년부터 샛강을 운영관리해온 한강조합이 재위탁을 바라는 것은 단지 한강조합 사업의 연속성을 바라서는 아닙니다. 6년을 지나면서 샛강생태공원은 50명 가까운 분들의 일자리이고, 여러 동아리와 단체들의 활동처이고, 수십 수백만 시민들이 체험하고 배우고 쉬고 머무는 그런 공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영등포장애인복지관 소속 발달장애인들은 3년째 환경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분들에게는 샛강이 너무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직장입니다. 작년에는 1년 활동을 마무리하며 숲해설사로 데뷔한 소식도 전했지요. 장애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기에, 영등포장애인복지관 직원에게도 한강조합의 샛강 위탁이 절실했던 것 같아요.

 

비단 장애인들만은 아니랍니다. 대한노인회 샛강지킴이 선생님들도 기도해주신다 하고, 50플러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여기다가 샛강에 사는 수달들과 박새, 딱새, 왜가리, 너구리, 족제비, 버드나무, 뽕나무들에게도 열심히 기도해달라고 해야겠어요. 이런 정성과 기원이 모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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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몸짓! ⓒ. 최종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

저기요, 죽지 마세요.”

 

누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마포대교를 걷다 가만히 멈춰 서 있을 때였다

(황인찬 시 ‘하해’ 부분)

 

연말연시에 김애란 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었습니다. 제가 하는 문학의 숲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발제를 맡은 보영 샘이 ‘작은 것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라는 주제로 책을 소개했어요.

 

타인에 대한 작은 호의, 관심, 그리고 돌봄의 확장… 그런 것들이 결국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생각입니다.

 

다음 주는 설 명절이지요. 음력 설을 맞으면 새해를 한 번 더 맞이하는 기분이 들고, 심기일전하게 됩니다. 새해 한강조합은 ‘다정하게 손잡고 밝게 나아가자’를 슬로건으로 정했습니다. 긍정과 낙관, 다정과 환대로 자연과 사회의 이웃들에게 손을 잡아주며 지내자는 마음입니다.

 

정치적 혼돈 속에서 불안과 염려가 썩 가시지 않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이럴 때일수록 주변에 더 어려운 분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해요.

 

다가오는 설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

2025.01.23

한강 드림

이주의_한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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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로 대한이 지나면서 이제 추위도 한풀 꺽인 듯 해서 한시름 놓는가 싶었는데 이번 주말부터 설 연후가 시작되면서 요즘은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대폭 간소화 한 집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래저래 신경도 쓰이고 마음도 마냥 편치만은 않은 건 제가 아마 맏이라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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