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편지가 왔어요!
은미씨의 한강편지 286_더 사랑할 시간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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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목이
두 개의 기둥처럼 집과 공간을 만들 때
창문이 열리고
불꽃처럼 손이 화라락 날아오를 때
두 사람은 나무처럼 서 있고
나무는 사람들처럼 걷고, 빨리 걸을 때
(김행숙 시 ‘숲속의 키스’ 부분)
지난 주말 황인찬 시인님 강좌에서 김행숙 시를 읽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키스하는 모습을 그린 시였어요. 재미있는 건 두 사람이 키스하려고 할 때 ‘두 개의 기둥처럼 집과 공간을’ 만든다고 해요. 그들만의 집과 공간에서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은 우주의 중심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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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마다 원앙 밥을 주는 한강 사람들 ⓒ.함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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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애인들의 집과 공간
우리 한강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 늘 곁에 두고 싶고 돌보고 싶은 자연 속 생명들도 많고, 머물고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도 많습니다.
어제 고운 샘과 세연은 중랑천 강가에서 원앙 밥 주는 사람들과 함께 했어요. 마침 최종인 대장님과 염대표님이 생동생동 생추어리에 있었지요. 생추어리에 바로 인접해있는 공간에서 공사를 하는 업체 책임자와 협의 중이었어요. 고운 샘은 생추어리 맹꽁이의 대변자가 되었어요. 맹꽁이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공간을 지켜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죠.
진천 미호강변에서도 우리는 강이라는 공간을 지키려고 애를 써요. 제방을 쌓고 생명들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을 지킬 궁리를 하죠. 얼마 전에는 백곡천 두물머리 인근에 땅을 임대했어요. 한 430평 정도 한대요. 그 땅에서 강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을 배우게 될 거라고 해요. 미호강을 바라보고 산책하는 캠프가 세워지면, 아이들이 오고 어른들이 오고 생기가 넘치겠죠. 강이 훼손되지 않을 테고 그러면 강에 사는 새와 물고기, 갖은 생명들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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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이라는 집과 공간
샛강에서 6년을 지냈어요. 2019년 봄에 왔죠. 미세먼지가 심하던 삼일절이 기억나요. 자원봉사 활동을 처음 규모 있게 했거든요. 노을공원에서 긴긴 장대를 만들어서 트럭에 실어 보내줬어요. 나무 높이 덮은 가시박 마른 덩굴을 걷어내라고 준 것이었죠.
지난 일요일 초저녁에도 혼자서 샛강숲을 걸었어요. 앞으로 3년의 시간을 좌우할 민간위탁 심사 준비를 하며 자꾸 샛강에 내려오게 되네요. 자연놀이팡 맞은 편 새배움터에서 저처럼 혼자 나와 있는 해오라기를 봤어요.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가만히 있네요.
무릉삼거리 근처엔 우리 조카 진욱이가 심은 팽나무가 잘 자리고 있어요. 제주도에서 막 중학교를 다니던 진욱이가 방학 때 올라와서 나무를 심으러 왔죠. 그 아이가 이제는 잘 자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작년 하천대청소에도 와서 쓰레기를 치웠죠. 그 때는 우리가 다같이 국회의원회관 근처 폐쇄형습지라는 곳까지 갔어요. 토요일이었는데 백 명도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쓰레기를 걷어냈어요. 아무래도 조카 아이에게 마음이 가서 언제 일이 끝나려나 자꾸만 기웃거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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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태풍 링링 피해 이후 긴급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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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못 앞을 지나 걸었습니다. 어느 여름엔 나이트 트랩이란 프로그램을 했죠. 연못 인근에 번지던 파란 등 불빛과 몰려들던 곤충들이 떠오르는군요. 홍수가 지고 나면 데크와 의자에 쌓인 진흙을 씻고 닦고 했어요. 여의못의 왜가리와 중대백로와 물닭과 청둥오리들, 이제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 흰뺨검둥오리들을 바라보던 시간도 있었어요.
지금은 무장애나눔길이 되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던 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일, 찌는 듯이 더운 날 청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가시박을 걷어내던 수달교 인근의 땅, 생태못에서 사람들에게 게리 스나이더와 한강의 시를 읽어주던 일, 버드나무 노래를 들려주던 일, 자원봉사자들와 함께 참느릅나무 어린 것을 옮겨심어 주던 일, 뱀을 발견하고 멀리 돌아가던 일, 토끼들을 쫒아다니던 일, 찔레덩굴 옆에서 예뻐보이는 각도로 자꾸만 사진을 찍던 일, 병이 든 뽕나무의 잎을 따주던 여름, 수달 똥과 발자국을 찾아다니던 겨울, 봄까치꽃과 애기똥풀이 지천이던 봄날의 숲에서 나른하게 웃던 일, 가을날 쑥부쟁이 꽃을 찍어 당신에게 보내던 일, 노을 지는 샛강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버지를 걱정하던 일, 맨발로 걸으며 건강을 꼭 되찾겠다고 생각하던 시간, 매미 유충을 털어가는 이들을 쫓아내던 일, 숲에서 노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던 일, 우리가 만든 수달 목책을 따라 걸으며 제주 정낭처럼 정겹다고 생각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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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피는 샛강의 봄을 다시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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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추억들이 두서없이 스칩니다. 6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우리들은 정말 많은 일을 했구나 싶어요. 무엇보다 저 자신이 인생 중반 6년의 시간을 샛강에서 살았습니다.
이렇게 사랑이 깊은데, 헤어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다 보면 마음이 어수선하고 근심이 어립니다. 부디 우리에게 더 사랑할 시간 3년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사랑하고 생명들을 돌볼 시간, 아가들과 어린이들을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해줄 시간, 어른들이 함께 웃으며 마음 편히 자연을 누리는 시간, 어르신들이 느긋하게 옛 이야기하는 시간, 장애인들이 자연 속에서 일을 하는 시간,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보람을 만드는 시간, 수십 만 명의 시민들이 샛강숲을 걸으며 자연에게 고마워하는 시간…
그런 사랑의 시간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샛강이라는 집과 공간에서
2025.02.20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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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_한강은?
Preview
람사르습지야, 기다려!
다음주 월요일에는 도란도반에서 서해안 람사르 습지를 돌아보러 갑니다. 고창 부안 갯벌, 운곡습지, 서천갯벌, 두웅습지 등을 2박 3일 일정으로 돌아볼 예정인데요. 지난해 6월 중순, 제주 람사르를 탐방한 이후 딱 8개월 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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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_Quiz
다음 중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소통 채널인 것은? (복수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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