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봄, 새와 나무에게서 배우는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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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봄, 새와 나무에게서 배우는 기후변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기후시민3.5 한강길 기후투어' 개최
(팝콘뉴스=정찬혁 기자)매서운 칼바람 스치던 나뭇가지에 어느새 벚꽃이 앉았다. 봄바람 타고 불어온 꽃 내음이 마스크 사이로 들어와 봄을 알리자 코로나19로 우울했던 마음도 조금은 풀어지는 느낌이다.
서울 도심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봄을 듬뿍 느낄 수 있는 한강, 생태공원이 있다. 한강, 하천, 습지 등에는 지난겨울 우리나라를 찾았던 철새가 서서히 떠나고, 봄꽃들은 차례로 만개해 색을 뽐냈다.
한강 생태와 문화 복원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와 나무에서 기후변화를 엿보고 환경을 지키기 위해 '기후시민 3.5 한강길 기후투어'를 개최했다. 기자도 기후시민이 되기 위해 31일 오전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을 찾았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한반도 생태·문화 복원 위해 설립
'기후시민 3.5 한강길 기후투어'를 주최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2018년 8월 설립됐다. 한반도 생태계의 연속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고, 강과 더불어 시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가꾸기 위해 한강의 생태와 문화를 복원하고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9년 서울시와 '여의샛강생태공원 운영관리 활성화' 협약을 맺으며 샛강센터에 입주했다. 이후 여의샛강생태공원, 여주 여강열린생태원, 장항습지 운영 관리, 밤섬 수달 복원 사업 등을 진행했다.
조은미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공동대표 겸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산책하는 사람이 늘면서 자연의 가치를 더욱 느끼게 됐다. '기후시민3.5 프로젝트'는 작년부터 진행됐다.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하는 공모사업으로 대중문화예술과 환경단체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활동을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라며 한강길 기후투어를 소개했다.
'기후시민3.5'에서 3.5는 인구 3.5%가 변화에 동참하면 유의미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의 말에서 따왔다.
'기후시민3.5 프로젝트'는 기후교실, 기후도시, 기후캠프, 기후글로벌 등 8개 카테고리로 나뉘며 온 ·오프라인에서 여러 활동이 병행되고 있다. 이번 '기후시민3.5 한강길 기후투어'는 기후캠프에 속한다.
기후투어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소수로 조를 나눠 진행됐다. 샛강조는 오전에 탐조, 오후에 나무심기를, 샛숲조는 반대로 체험했다.
기후 변화로 바뀐 철새 이동 시기, '생태학적 시기의 불일치' 초래
탐조 투어는 에코버드투어 이병우 대표가 강사를 맡아 참가자들을 이끌었다.
이병우 대표는 "다른 야생동물은 쉽게 볼 수 없지만, 새는 주변에 다양하게 있어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관심을 가지면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라며 탐조의 매력을 언급했다.
참가자들은 쌍안경을 들고 생태공원을 거닐며 탐조를 시작했다. 공원에는 까치가 둥지 작업을 마무리 짓는 중이었다. 까치는 보통 두 달에 거쳐 둥지를 짓는다. 새 둥지는 보통 알을 낳고 육추를 할 때만 사용된다. 까치가 육추를 마치고 방치된 까치 둥지는 작은 맹금류나 파랑새 등 철새가 사용한다.
참새와 흔히 혼동되는 박새는 짝을 부르기 위한 소리를 냈다. 새들이 내는 소리는 '콜'과 '송'이 있는데 지속적으로 반복된 소리를 내는 '송'은 번식을 위해 짝을 부르는 목적이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날이 풀리면서 평년보다 이르게 번식기를 준비하고 있다.
물가에는 왜가리, 물닭,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민물가마우지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철새이자 텃새로 관심만 가지면 하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새들이다. 민물가마우지는 과거에는 서울에 많지 않았지만 환경 변화로 지금은 2만 마리까지 늘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 종류가 500종이 안됐는데 지금은 도감에 570여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새가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도감은 새가 한 번만 발견돼도 들어가는데 디지털카메라가 발달하면서 기록을 쉽게 남길 수 있게 됐고, 점차 사람들이 탐조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발견되는 사례들도 있다"라며 "두 번째로는 기후변화다. 원래는 우리나라에 없어야 하는 새들이 발견된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20년 전에는 대만에서는 흔한 새지만 우리 도감에 없던 종이다. 20년 사이에 기온이 오르면서 우리나라에 넘어왔고 10년 전에 남부에 있던 새들이 지금은 여기 샛강에도 발견된다"라고 기후에 따른 새들의 변화에 관해 설명했다.
한강이나 하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왜가리도 과거에는 여름철새가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해 텃새로 많이 서식한다.
전 세계에 1만 5000여 마리밖에 없는 귀한 새인 흑두루미는 순천만에 3~4000마리 정도가 매 겨울 찾아온다. 최근 2년은 흑두루미가 번식지로 이동하는 시기가 평년 대비 2주나 빨라졌다.
이 대표는 "이러한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당장 피해를 주진 않지만 기후 변화는 집이 무너지는 과정과 같다. 금이 간다고 피해는 없지만 고치지 않으면 언젠가 집이 무너진다"라고 비유했다.
기후 변화는 '생태학적 시기의 불일치'를 초래한다. 기후 변화가 모든 생명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면서 시기가 어긋나게 된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로 꽃이 늦게 개화하면 벌들이 먹이가 없어지고, 반대로 꽃이 너무 일찍 개화하면 벌이 나올 땐 꽃이 진 후로 수분이 안 된다. 이런 시기의 불일치는 연쇄적으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 대표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좋아졌지만 결국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면서 환경을 파괴한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라며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힘든 시기가 왔다. 플라스틱을 분리수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양천구 목동에서 온 서은숙(66세) 씨는 "주변 소개를 받고 참여하게 됐다. 환경에 대해 더 잘 알게 됐고 인간이 얼마나 파괴적인 활동을 해왔는지 깨달았다"라며 "그냥 지나치던 새들에 관해서도 많이 알게 됐다. 앞으로는 관심 있게 잘 볼 것 같다"라고 기후투어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장정이(서초구, 68세) 씨는 "자세히 봐야 사랑하게 된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사랑하게 되면 아끼게 된다는 것도 느끼게 됐다"라며 "탐조를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사랑스럽더라. 불편함을 편함으로 생각하고 살아야 되겠다고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탐조 후 점심시간에는 샛강생태공원방문자센터 옥상에서 채식 도시락을 먹었다. 육식을 줄이는 건 기후 변화를 막는 가장 쉬운 실천 중 하나다. 식용 가축 사육으로 전 세계 농토 80%가 사용되고, 동물들이 배출하는 분뇨에서 메탄가스가 방출돼 온실효과를 유발하고 온난화를 가속한다.
생태계 조성·홍수터 기능하는 샛강, 나무심기로 기후시민 동참
오후에는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나무심기에 동참했다. 샛숲조 프로그램은 홍태식 샛강운영위원회, 생태복원협회 고문이 맡았다.
홍태식 고문은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조경공간이 아니라 복원공간이다. 여의도는 포장길이 있고 사람들이 모이는 잘 정비된 곳이지만, 샛강은 생태적 가치에 중점을 둔 곳"이라고 소개했다.
홍 고문은 "샛강은 면적이 81만 ㎡(24만 평)로 주변에 지하철역이 5개 있고 29개 버스 노선이 지나가 접근성이 좋다"라며 "서울에 생태적 가치가 높은 다른 생태공원들이 있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다. 이곳은 대중교통으로 쉽게 올 수 있어서 코로나19 이전에는 자원봉사자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샛강은 생태계를 형성하는 기능 외에도 홍수터 기능을 한다. 비가 많이 오면 한강에 늘어난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바닷물이 밀려들어 와 홍수가 나게 된다. 이럴 때 샛강이 밀려들어 온 바닷물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홍수터 역할을 한다.
샛강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일환으로 2010년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주차공간이었다. 새롭게 산책로를 만들고 물길도 만들었다. 10년 사이에 이곳에 버드나무가 자라면서 군락을 이뤘다.
홍 고문은 "버드나무는 강가, 하천에 잘 자란다. 빨리 자라기 때문에 나무 강도는 약하다. 보통 이쑤시개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이쑤시개를 일본에서 '요지'라고 부르는데 한자로 버드나무 가지를 뜻한다"고 버드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샛강에 자라는 나무 중 80%는 버드나무이고 버드나무 중 70%는 수양버들이다. 버드나무는 은행나무처럼 암나무 수나무가 나뉘어 있다. 꽃을 보면 보통 구분할 수 있는데 암나무 꽃은 갈래가 두 개로, 수나무 꽃은 네 개로 갈라져 있다.
버드나무 외에는 참느릅나무가 많이 자란다. 이미 크게 자라 군락을 형성한 버드나무와 달리 아직 어린 나무들이 많다.
참가자들은 참느릅나무를 옮겨 심는 작업을 했다. 자연스럽게 씨가 뿌려져 자란 어린 나무들은 주변에 큰 나무가 있으면 잘 자라지 못한다. 한 곳에 너무 많이 몰려 있어도 성장할 수 없어서 이를 적절하게 옮겨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참가자들은 생태공원 곳곳에 있는 참느릅나무를 화분에 옮겨 한곳에 모았다. 이후 관리자들이 따로 키운 뒤 어느 정도 자라면 적절한 위치에 다시 심는다.
이외에 조합에선 생태교란종도 관리한다. 가시박, 환삼덩굴 등을 주로 생태교란종이라고 한다. 환삼덩굴은 토양이 오염될 때 가장 먼저 들어온다. 왕성하게 자라면서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 방치하면 무성히 자라서 햇빛을 막고 다른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한다.
가시박은 우리나라에는 20년 전 오이를 키우는 농장에서 처음 들여왔다. 성장속도가 빨라 오이와 접목하는 데 사용했는데 씨앗이 퍼지면서 강변을 따라 자라게 됐다.
생태공원이기 때문에 정해진 식생 외에도 자라는 걸 크게 막지 않지만 생태교란종이 많아져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건 막기 위해 조합원, 봉사 참여자들이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수년째 관련 자원봉사와 프로그램 참여를 해 온 강인순(강서구, 74세) 씨는 "초창기부터 참여하고 나무 심는 봉사도 오래 해왔다. 용산 출신이라 한강을 굉장히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한강에서 수영도 했다. 서울시민으로서 환경을 살리기 위해 동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인순 씨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들어오면서 이 부근이 많이 좋아져서 즐겁다. 나무도 많이 심는데 나이 들어서 이런 활동하는 건 보람이다. 나무를 심고 1년, 2년 지나면 자라는 게 거짓없이 보인다. 그런 기쁨이 있다"라며 환경 보존 활동에 애정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가벼운 마음으로 동참하길"
'기후시민 3.5 한강길 기후투어'는 3월 31일 마무리됐지만, 한강길 기후투어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오는 4~5월 중으로 시즌2·3가 진행된다.
이외에도 4월 3일부터는 '2021 노을 기후실천 캠프' 프로그램이 진행돼 노을공원에서 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치우는 활동을 위한 참가자를 받고 있다.
조은미 이사장은 "한강길 기후투어는 3월에는 새와 나무에게서 배우는 기후변화를 주제로 했고 이후에는 물과 강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 문제를 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이제 3년 정도 운영했다. 시민들에게 강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라며 "좋은 문화와 자연을 도시에서 느끼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라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지향점에 관해 설명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한강 생태 외에도 타 지역에도 지속가능한 공간을 가꿔 시민 공동체를 구축하고 지역사회 발전과 연결되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조 이사장은 "이미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실천이 기후를 바꿀 수 있을까?' 싶은 기후 피로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말고, 한 그루 나무를 심고, 주변 동식물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 나아가 자손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을 봐도 일회용 생수나 배달 음식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원본보기
http://www.popcornnews.net/28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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