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요금이 시군마다 다른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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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이나 전기요금이 동네마다 다르다면 꽤나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수돗물의 요금은 무려 161개 지역이 다 다르다.
그나마 7대 특별광역시들은 정수장 규모라도 갖췄지만 광역도에 속한 기초지자체들(시·군) 154곳은 수돗물 생산도 버거워 보인다. 그러다보니 수도요금은 대도시 500~700원/㎥(톤)으로 싸고, 농촌지역으로 가면 2000원/㎥을 넘기기도 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진즉부터 수도요금의 현실화를 거론해왔다. 수돗물 생산원가의 70%에 불과한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돗물 공급을 지속가능하게 해야 하니 당연한 주장이다.
하지만 요금을 인상할 때 대상은 '넓은 면적에 적은 인구가 흩어져 사는 농촌'만 해당한다. 이미 서울시 등은 필수사업이 아닌 정수장 지하화나 고도정수처리 등에 주력할 만큼 여유가 있다.
현재의 수도요금은 하류 대도시들에 절대 유리한 구조다. 정부가 반세기 동안 구축해온 용수공급 체계, 즉 댐이나 광역상수도망이 대도시에 용수를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들 시설의 건설비용을 수도요금에서 제외해준 탓이다.
게다가 하천수 이용을 공짜라고 가정하고 이를 보호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면제해왔다. 반면 상류지역은 하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개발이 제약된다. 수도사업 투자에서 외면당하고 규제까지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요금 인상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 헌법 35조의 '환경권'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가물관리기본법 4조 '누구든지 사용 목적에 적합한 수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사실상 제약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농촌 주민들이 수돗물을 포기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물 복지를 향상시키겠다며 농촌의 급수관망을 대거 확충했지만 시골 어르신들이 집안으로 연결하지 않거나 연결하고도 사용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위생적인 처리가 안된 지하수와 계곡수를 계속 쓰는 건 수도요금을 아끼기 위해서다.
현 요금체계가 대도시에 마냥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강 상류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워 수질 개선이 쉽지 않고,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서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다. 대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은 1~2%, 간접적으로 마시는 비율까지 따져도 50%에 불과하다. 또한 상류 지자체들이 용수 배분 조정 등에 협조하지 않아 새로운 용도로 물을 공급하기가 어렵다.
흔히 마을(洞)의 유래를 '물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라고 한다. 동네는 작은 샘을 나누는 마을이지만 대형 댐과 광역상수도를 이용하는 '현대의 마을'은 '큰 강을 함께 나누는 유역'이다. 멀리 태백에서 강화까지 한강수계, 태백에서 부산까지 낙동강수계가 하나의 유역공동체다. 상류에 대한 차별을 그냥 두고 대도시들만 이익을 보는 구조가 계속 갈 수는 없다.
상류와 하류가 어려움을 함께 풀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수도사업을 유역별로 통합하고 수도요금은 이른 시일 안에 단일화하자.
한강유역 하류 팔당호 등을 이용하는 시민의 수가 2500만명이다. 팔당호 상류 주민들은 200만명 이하로 1/13이다. 2500만명의 수도권이 수돗물 요금을 톤당 100원씩만 올리면 상류 주민들은 톤당 1300원의 요금을 낮출 수 있다.
서울시의 수도요금 580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650원 수준에서 한강유역의 수도요금을 단일화할 수 있다. 서울 시민들이 연간 8000원 정도만 더 부담하면 된다.
다른 방법도 있다. 수돗물 1톤에 180원씩 부과하는 물이용부담금 중에서 1/3 정도를 상류의 수돗물 요금 보조에 지출하는 것이다. 매년 수금되는 8000억원 중 3000억원 정도를 물이용부담금에서 충당하는 것이다.
수도요금이 통합되면 여러가지 변화가 가능하다. 우선 상류의 수돗물 품질이 안정될 것이다. 상류의 수질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지고 수질 개선이 필요한 지역부터 예산을 투입하게 될 것이다. 상하류가 같은 물을 쓰는 공동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 갈등이 줄고 정책 수용력도 높아질 것이다. 수도요금 체계 개혁에서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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